[2004 기관장에 듣는다](4)홍창선 KAIST 총장

 “능력을 발휘해 좋은 연구성과를 도출하는 교수들에게는 상응하는 대가가 돌아가도록 할 계획입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확신을 심어준다면 이공계 활성화는 자연스레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 이공계 인력양성 사관학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장인 홍창선 총장(60)은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같은 묘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처우가 개선되면 이공계 기피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고 이에 따른 연구성과도 배가된다”는 그의 지론을 올해 경영목표로 내걸었다.

 이미 지난 해 이를 위한 첫걸음을 뗀 상태다. 30여명의 교수 및 연구진이 인센티브를 포함해 연봉 1억원 이상을 받았고 올해에는 최대 70여명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연구 실적을 독려하고 지원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모두에게 후한 연봉을 보장해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꽉 짜여진 예산 틀에서는 불가능하죠. 능력에 따라 30% 정도의 차이가 나도록 연봉의 차등을 확대하고 인센티브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봅니다.”

 KAIST는 세계 최고의 인력만 선발한다는 기존방침도 굳게 고수할 방침이다. 당장 오는 3월 새학기에 들어가기 전 미국 버클리대와 콜롬비아대학 출신의 순수 외국계 인력은 물론 조만간 세계적인 과학전문 학술지인 네이처에 논문이 실릴 예정인 고급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홍 총장은 “세계 최고의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세계최고의 교수진이 필요하다”며 “교수의 숫자에 연연하기 보다는 인력의 질로 승부하는 한해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총장은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1연구실 1외국인 학생’ 제도를 도입하고 외국인 교수 숫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올해의 KAIST 운영방침도 밝혔다. 국제화를 부르짖으며 외국계 인력을 무분별하게 초빙하거나 영어 강의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외국인과 학과 및 실험실 생활을 통해 몸으로 부딪치며 자연스레 글로벌리즘에 동화되어 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대외중점 사업으로는 국방부, 특히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협력 강화가 꼽힌다. KAIST는 최근 국방부가 시행하는 특화 팹 2개에 공모해 모두 내정되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방분야 연구사업에도 적극 진출, 민군 겸용 기술의 연구 및 보급에 앞장설 계획이다.

 “연구분야에서는 최근 변혁이 일고 있는 ‘의료바이오 혁명’에 역점을 둘 것입니다. 의료 바이오공학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올해 ‘의과학대학원과정’ 신설을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입니다.”

 그는 기존의 바이오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전자,기계, 재료 공학 분야에서도 의료와 접목된 연구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료공학 협력 사업 등으로 병원 등에 종사하는 고급인력을 흡수, 임상 및 기초 연구자를 양산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라며 욕심을 털어 놓았다.

 그동안 KAIST에서 도출된 연구기술 성과의 이전사업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역점사업이다.

 ‘장사꾼’이 다 됐다는 홍 총장은 “기술이전 실무자들에게 인센티브 시스템을 적용했더니 가시적인 실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실례로 미국에 반도체 장비 실험용 관련 기술의 특허계약이 최근 이루어지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직원들에 대한 기술이전 실적 유인책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안도 모색중이다.

 홍 총장은 “‘KAIST 스피릿’이라 부르고 있는 ‘도전 정신’과 ‘창의정신’이 윤리의식과 함께 할 때 과학기술 입국의 선도 역할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