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예산전문가로 통하는 임상규(55)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이 과기부 차관으로 전격 발탁됨으로써 과기부는 정책과 예산을 모두 거머쥔 명실상부한 과학기술관련 기획·조정 부처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는 청와대의 발탁배경에서도 드러난다. 청와대는 신임 임 차관이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에서 예산에 관한 주요 국·과장 보직을 역임한 예산전문가로, 국가 과학기술분야 R&D재원의 투명하고 생산적인 배분문제가 중요 과제로 대두됨에 따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연초 과학기술인 신년인사회에서 “과기부가 과학기술정책과 산업정책, 인재 양성을 총체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그 책임과 권한을 높여 나가고, 아울러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 기획과 예산조정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미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R&D관련 예산편성권을 단계적으로 맡기고 국가위에 부위원장을 신설해 사실상 기술부총리로 격상된 과기부 장관에게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과기부의 구상대로라면 과기부 장관은 향후 과학기술정책은 물론 국가 과학기술 R&D 예산편성·집행과 관련해 전권을 갖거나 혹은 상당한 재량권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과기부를 비롯, 과기계에서는 기술부총리직제에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과기부 장관에게 아무리 기획과 조정역할을 맡긴다 하더라도 예산이라는 무기가 없다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의문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국가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는 기획예산처가 R&D 예산편성 권한을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며 정통부 등 타 부처의 반발도 만만치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그간 기획예산처와 정통부가 2조원 규모의 정보화촉진기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점에 비춰볼때 무려 6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가 R&D예산을 과기부(국과위)에 순순히 넘길 지 의문스럽다는 게 과기계 안팎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 출신인 임 차관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급반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과기부 직원들은 이번 인사에서 타 부처와 달리 내부 승진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선 섭섭함을 보이면서도 예산처 출신인 임 차관의 발탁에 대해선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부총리급인 오 장관에 이어 예산전문가인 임 차관의 발탁으로 과기부가 국가 R&D부문을 종합 조정하는 데 핵심기능인 예산편성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과기부는 이르면 다음주중 대규모 본구 국장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당초 차관승진이 기대됐던 기획관리실장 등 1급 3자리는 모두 유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장급의 경우 기상청 황순종 기획국장이 명퇴하는 것을 비롯해 교육파견중인 2명이 복귀함에 따라 3, 4급 2명이 각각 2, 3급으로 승진하고 나머지 국장들도 대대적인 자리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청 기획국장 자리는 박항식 기획조정심의관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앙공무원교육원에 파견된 정윤 국장과 국방대학원에서 교육중인 구본제 국장은 각각 연구개발국장과 기초과학인력국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과학관으로 나가 있던 김상선 국장은 과학기술협력국장 또는 원자력안전심의관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국장이 원자력안전심의관으로 갈 경우 김용환 원자력안전심의관은 과학기술협력국장으로 전보될 가능성이 높다.
김차동 연구개발국장은 국방대학원, 이문기 과학기술협력국장은 중앙공무원교육원으로, 미 과학관에는 박종용 기초과학인력국장이 각각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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