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화관광부는 디지털음악 시장의 바람직한 틀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에 음원 신탁관리를 허가해 디지털음악 서비스업체와 음원권리자와의 단일 협상창구를 마련했다. 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음원 메타DB 표준화사업도 진행했다. 각종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해 음악산업계의 현안을 살피고 이해 당사자간 갈등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효과는 신통치 않다. 메이저 음반사들의 불참으로 음제협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음제협을 믿고 유료화 길에 나섰던 기존 음악서비스 업체들은 경영에 여려움을 겪고 있다.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꼴이 됐다.
메타DB 표준화 역시 우리나라 음악산업의 첨단화를 이끌겠다는 당초의 원대한 목표와 달리 시범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함용일 YBM서울음반 대표는 이같은 시행착오에 대해 “총론을 정하고 이를 세부적으로 풀어나가는 단계에서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지난해 저작권 이슈가 크게 부각되면서 정작 음악산업 발전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음악산업의 발전을 책임져야 할 게임음반과보다는 저작권과가 논의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게임음반과 역시 급성장하는 게임산업에 무게를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음악 서비스업체가 정보통신부에게 ‘IT관련 산업이니 정통부에서 산업활성화 정책을 펼쳐달라’며 SOS를 요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음악산업계는 정부조직개편 계획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개편안이 게임음반과에서 게임과 음반을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음악산업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음악분야가 문화산업국을 떠나 예술국 산하로 들어가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음악산업 종사자들의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직개편안이 검토중이기 때문에 변경의 여지는 있겠지만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서 육성을 약속한 음악산업을 문화산업국에서 분리시키려는 발상이 나왔다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의 전체적인 조직개편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조직개편은 4월 총선 이후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음악 시장에서 3개월이라는 시간의 허비는 미래에 어떠한 상황을 안겨줄지 모를 긴 공백이다.
때문에 업계는 조직개편과는 관계없이 현 상황에서 정부가 디지털음악 시장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요구한다. 특히 지난해 정부의 노력으로 저작권 문제해결의 기본체계는 갖춰진 만큼 올해는 관련시장 활성화에 좀 더 주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음악 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음악 시장을 초기에 건전화시켜야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할 때”라며 “게임음반과와 저작권과가 협력해 시장확대와 건전한 시장 만들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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