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업체 인텔이 CPU 불법 판매처인 이른바 ‘그레이마켓’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국내 CPU 유통시장의 정상화가 이루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레이마켓이란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유통회사들이 제품을 저가에 대량으로 구입한 뒤 싸게 판매한 물건이 밀수돼 국내에 유통되는 시장을 말한다. 또 유통채널이 아닌 대형 PC제조사들이 불법으로 CPU를 시장에 내다파는 것도 이에 속한다. 그레이마켓을 통한 CPU 가격은 정상 채널을 통한 구매보다 저렴해 유통 질서를 어지럽혀 왔다.
밀수 등을 통해 들어온 제품은 불법이긴 하지만 CPU의 경우, 물량 수급에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블랙’과 ‘화이트’의 중간 단계인 ‘그레이(gray)마켓’으로 일반적으로 불린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 인텔은 CPU 공식 판매원 보호를 위해 △그레이마켓을 통한 불법판매 억제 △유통 단계 축소 등을 골자로한 지원안을 마련하고 최근 전세계 공식 대리점에 전달했다.
인텔은 이 지원안에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CPU가 적발될 경우는 이를 끝까지 추적, 어디서 유출됐는지 파악해 사후에 이들에게 제재를 가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인텔은 그레이마켓으로 제품을 내놓는 인텔의 거래선에 대해서 리베이트(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인텔은 CPU 유통 단계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식대리점, 중간 유통상, PC제조업체 등으로 세분화된 것에서 공식대리점과 PC제조업체간 직거래를 유도, 수익률을 높힌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CPU 판매 수수료 재조정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은 그동안 불법 유통 제품에 대해서도 정상 경로를 통한 CPU와 같이 사후관리를 해주는 등 사실상 그레이마켓을 방치해 왔다”며 “제재 방안이 실효를 거둘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CPU 시장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며 반색했다.
그러나 인텔이 지원하는 금전적인 규모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어 실제로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소수의 대리점이 PC제조업체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인건비 등에서 또다른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단계를 줄이는 것이 반듯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인텔의 지원안이 각국의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실효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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