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2004년 한국 영화시장 전망

 올해에도 한국영화의 질주는 계속될 것인가.

 지난해 우리영화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사상 처음으로 국적별 관객동원 1위에 올라섰고 영화시장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실미도’ 등 잘 만든 영화에 대한 관객의 폭발적인 호응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비슷비슷한 코미디물이 장악해온 한국 영화시장의 판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 영화계에서는 대체로 이같은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중견감독들의 신작, 인터넷소설 영화 등 올해에도 풍성한 라인업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3총사 동시 개봉=올해 한국영화 질주는 지난 16일 한국영화 3편이 동시에 개봉되면서 시작됐다. 유하 감독이 권상우, 한가인을 내세워 70년대 학교 추억담을 풀어낸 ‘말죽거리 잔혹사’, 산이라는 이색소재와 멜로를 결합한 ‘빙우’(감독 김은숙),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코믹 멜로 ‘내사랑 싸가지’(감독 신동엽)가 주인공이다.

 제작기간에 비해 완성도가 높다고 소문이 난 ‘말죽거리 잔혹사’, 실험작으로 꼽히는 ‘빙우’, 인터넷 소설 영화 제작붐의 하나인 ‘내사랑 싸가지’ 등 하나같이 올해 풍성한 잔치를 예고했다.

 △블록버스터=올해 최고 화제작으로는 역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월)가 꼽힌다. 장동건, 원빈을 캐스팅해 만든 이 작품은 순제작비 140억원이 투입됐다. 공개된 예고편으로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무색케 한다는 평가다.

 지난해 순제작비 45억원 이상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한국영화 7편이 쏟아졌지만 ‘실미도’와 ‘스캔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흥행에 참패했다. ‘쉬리’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강제규 감독이 ‘실미도’의 흥행 바톤을 이어받느냐 마느냐에 따라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계도 앞당겨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

 △인터넷소설=지난해 봇물터진 인터넷소설 영화는 올해에도 신드롬을 이어갈 전망이다. ‘내사랑 싸가지’를 시작으로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그놈은 멋있었다’(감독 이환경)가 촬영중이며 원영 원작의 ‘삼수생일기’는 가수 이효리를 캐스팅한 ‘삼수생의 사랑이야기’로 옮겨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그녀를 모르면 간첩’ ‘그녀를 믿지 마세요’ ‘내사랑 일진녀’ 등 줄잡아 7, 8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0대와 20대 젊은층을 겨냥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들이 ‘거품’ 논쟁을 잠재우고 다시 상한가를 기록할지 관심사다.

 △소재 다양화=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소재가 눈에 띈다. 실존인물을 등장시킨 작품으로는 무술인 최배달의 삶을 담은 ‘바람의 파이터’(6월·양윤호 감독), 한국 최초의 여비행사 박경원을 그린 ‘청연’(9월·윤종찬 감독)이 눈에 띈다. 시골 노인네들의 좌충우돌 코미디 ‘고독이 몸부림칠 때’(2월·이수인 감독), 평범한 샐러리맨이 춤고수로 거듭나는 ‘바람의 전설’(4월·박정우 감독)도 개봉이 기다려지는 작품들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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