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엘피다, 하이닉스에 상계관세 부과 신청 배경은

 유럽, 미국의 D램업체에 이어 일본의 엘피다가 27일 일본 정부에 한국의 하이닉스가 생산한 D램 제품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요미우리신문이 일본 정부가 하이닉스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한지 이틀만의 일이다.

 ◇뒤늦게 일본이 가세한 이유는=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는 2002년 6월 10일,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같은 해 11월 1일 각국 정부에 한국산(하이닉스가 주타깃) D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하지만 1년 반이나 늦은 시점에야 엘피다가 하이닉스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요청한 이유는 뭘까.

 대만의 프로모스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 실패에 따른 보복성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엘피다와 프로모스의 기술협력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 프로모스가 급선회, 하이닉스를 기술파트너로 확정한 것이 엘피다의 감정을 자극했다는 논리다.

 프로모스는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술협력처 인피니온과의 결별작업이 수면위로 부상한 2002년 10월 이후 새로운 협력처를 모색했고 한국의 하이닉스, 일본의 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 가운데 엘피다가 최선의 대안으로 꼽혔다.

 그해 11월 엘피다는 프로모스와 협력을 모색중임을 대외적으로 공개했고 이듬해인 2003년 5월엔 엘피다와 프로모스가 기술공유협정에 서명했다. 엘피다는 0.10미크론 이하 공정기술을 프로모스에 제공하고 프로모스는 월 1만∼1만5000개의 D램을 생산, 엘피다에 공급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나타나면서 이들 사이의 밀월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작년 12월 프로모스는 하이닉스와 기술도입 및 로열티 제공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동시에 엘피다와 추진하던 기술협의는 그날부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어떤 영향 미칠까=엘피다의 압박성 조치에도 불과하고 하이닉스가 받을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EU와 미국이 하이닉스의 한국산 D램에 대해 상상을 뛰어넘는 34.8%와 44.7%의 상계관세 부과를 확정했지만 실제 지난해 하반기 하이닉스가 부담한 총 비용은 하반기 전체 매출액의 1% 미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이닉스가 연간 전체 생산물량의 45∼50% 가량을 유럽과 미국시장에 수출하고 있지만 상계관세로부터 자유로운 미국 유진공장의 생산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신규시장 개척 등의 노력으로 상계관세 충격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정부가 엘피다의 입장을 반영, 20∼40%나 되는 고율의 상계관세 부과하는 최악의 판정을 내리더라도 하이닉스가 받게 될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시장분석가들의 평가다.

 더욱이 상계관세로 인한 원가상승을 우려한 일본 PC업체들이 국외에서 하이닉스 제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수입제한이나 반덤핑 조치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가 95년 이후 현재까지 접수한 상계관세 관련 신청이 2건 있었지만 조사 후 과세조치를 취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하이닉스에게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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