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 혼선에 정치권·방송사도 무관심
올해 내수 경기를 회복시킬 기대주 디지털방송이 정부의 정책 혼선, 정치권과 방송사의 무관심으로 뒷걸음치고 있다.
지상파방송·케이블TV·위성방송의 디지털 전환 작업과 데이터방송 등 부가 서비스 창출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지상파 및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도 도입이 요원하다.
특히 국내 전자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뒤늦은 전송방식 논란을 빚더니 급기야 광역시 디지털TV(DTV) 개시 시한이 무기한 연장되면서 되레 후퇴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과 일정을 믿고 기술연구와 제품 생산에 투자한 가전업체 등 제조업체들은 막대한 기회 비용을 날리는 것은 물론 내수를 발판으로 해외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도 일대 차질을 빚게 됐다.
결국 디지털방송을 둘러싼 정부의 정책 혼선과 정치권의 무관심 등으로 경기를 부양할 성장동력의 상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전자 디지털영상사업부 윤상한 부사장은 “일본은 우리보다 늦게 디지털방송을 시작해도 붐이 일었으나 우리나라는 때늦은 방식 논쟁으로 인해 활성화하지 않았다”면서 “논란을 빨리 종식시켜야 국내 산업활성화는 물론 수출경쟁력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디지털방송 도입은 물론 방송시장 구조조정의 기폭제가 될 방송법 개정도 정치권의 공방으로 뒷전에 머물렀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시장은 대기업의 지분제한 폐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시장구조 개편이 늦어졌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디지털방송의 한축인 양방향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일반 데이타방송사업자와 홈쇼핑데이터방송사업자에 대한 법적 근거 미비로 활성화에 발목을 잡혔다.
정부 일정대로라면 이미 서비스했어야 할 지상파·위성DMB 등의 신규 디지털방송도 언제 도입될 지 불투명하다. 위성DMB를 준비중인 SK텔레콤은 내달 27일 일본 MBCo와 위성체 공동발사 일정까지 확정했으나 방송법 개정 지연으로 위성을 띄워 놓고도 서비스를 못해 위성의 감가상각비만 월 16억원씩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이러한 손실보다도 위성DMB 도입에 따른 향후 10년간 경제적 파급효과인 약 9조원의 생산유발액, 약 6조30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액, 연 18만4000여명의 신규고용창출도 빛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TU미디어 배준동 상무는 “법 개정 미비로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 세계 첫 위성DMB서비스 상용화 기회를 잃게 된다”며 “특히 중계기 및 단말기 업체의 일본시장 진출 기회를 잃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법 개정은 2월 16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다. 만일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돼 17대 국회 이후 또다시 발의해야 해 언제 개정될 지 모른다. 하지만 임시 국회가 열릴 지,열리더라도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