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풍향계]전자상가 무자료거래 여전

 용산 전자단지와 테크노마트 등 집단 전자상가에 무자료 거래를 비롯한 비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정상적인 거래 관행으로 일부 업체가 관할 세무서와 적지 않은 마찰을 빚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은 물론 전자상가 전체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도 적절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용산단지에서 편법 무자료 거래는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세금 포탈을 목적으로 성행하는 무자료 거래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은 정상가를 밑도는 제품 가격이다. 실례로 시중에서 5만5000원대인 주기판의 경우 가격비교 사이트를 확인해 보면 무려 1만원이나 싼 최저 4만5000원에 판매하는 곳까지 있다. 총판 공급가가 5만원선이고 대리점으로 내려갈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유통을 통해 나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담당 유통업체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덤핑·밀수보다는 중간 대리점의 무자료 거래 과정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총판 산하의 2·3차 대리점이 개인사업자를 조작해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고, 세금계산서는 8∼10% 가격에 다른 회사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제품 판매만으로는 마진이 남지 않지만 세금 계산서를 재판매함으로써 이를 보전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디앤디컴 안명희 팀장은 “본사에서 대리점을 일일이 체크하기가 어려운데 일부 대리점이 바로 이를 악용하는 것 같다”며 “이들은 주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편법 관행 때문에 지난 2001년 하드웨어 수입업체 M사가 부도처리되면서 용산단지에서는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를 수상히 여긴 용산구 및 성동구 관할 세무서에서 당시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거래 자료를 입증할 수 없다며 세금 포탈 혐의로 추징에 나선 것이다. 테크노마트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업체와 관계없이 거래 명세서와 입금표만 받는게 일종의 관행이었다”며 “모든 거래 자료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치다”며 해당 세무서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현재 M사 사건과 관련, 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곳은 용산단지와 테크노마트를 통틀어 100여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자료 등을 통한 편법 거래 관행은 정상적인 가격 구조를 왜곡해 유통 질서를 혼란시켜 해당 업체에도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가에 제품을 구매했다고 생각하지만 사후 서비스(AS) 지원이나 제품 결함이 발생했을 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단지의 한 관계자는 “편법 거래가 유통 관행으로 자리하는 한, 전자 집단상가의 이미지 개선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하며 “더구나 무자료 거래가 성행하면 궁극적으로는 전체 IT산업의 경쟁력 상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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