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허성관 행자부 장관

 올해는 행정자치부가 명실공히 전자정부의 추진주체로서 우뚝서는 첫 해다. 전자정부 총괄기능을 명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행자부는 전자정부 추진주체로서 법적 지위를 갖추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 행정정보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국가사회의 정보화 전반을 책임지는 부처로서 이에 걸맞은 조직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본지 양승욱 정보사회부장이 허성관 행자부 장관을 만나 효율적인 전자정부 추진을 위한 계획과 비전을 들어봤다.

 -참여정부는 지난해 전자정부 추진과 관련해 국민의 정부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참여정부는 전자정부 로드맵을 마련해 향후 5년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전자정부를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11대 전자정부 중점과제를 선정하여 단기적으로 추진했었던 것과는 크게 다른 점이지요. 전자정부사업추진을 진두지휘하는 전자정부전문위원회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산하에 두는 등 전자정부를 정부혁신과 긴밀히 연계되도록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전자정부를 혁신의 도구로 본다는 점이 국민의 정부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연초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행자부가 명실공히 전자정부 추진 주체로 우뚝서게 됩니다. 물론 행자부는 그동안 행정정보화에서 나름의 역할을 꾸준히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자부는 정보기술 도입 초창기인 70년대부터 지금의 전자정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행정전산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정부전산정보관리소 설립·운영, 행정전산화사업, 국가기간전산망사업 등은 현재의 전자정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부합니다. 전자정부 추진 관련 기능이 정통부와 중첩돼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효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전자정부 추진에 곤란한 점이 있었지만 앞으로 기능 재정립을 통해 해결해나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자정부 추진과 관련해 향후 조직적 측면에서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계십니까

 ▲앞으로 전자정부 총괄기능을 정부조직법과 정부직제 등에 명확히 규정하고 주관부처로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행자부에 전자정부 관련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기금 등의 재원을 확보하겠습니다. 특히 기술연구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전산정보관리소(GCC)를 전자정부지원센터로 기능 전환하고 한국전산원·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을 전문기술지원기관으로 지정·운영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전자정부연구원의 설립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일반 국민이 전자정부를 피부로 체험하는 지점은 역시 민원서비스일 텐데요. 민원서비스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없으면 국민들은 전자정부가 도입돼서 좋은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지 않겠습니까. 올해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현재 400여종 민원사무를 인터넷으로 신청만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터넷 서비스 대상 민원을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주요 민원서류를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 발급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전자적 민원 제공수단도 PC뿐 아니라 이동전화나 PDA 등으로 다양화하겠습니다. 공동이용대상 행정정보도 노동·환경·복지 등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공동이용기관도 금융기관, 보험공단 등으로까지 확대합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민원구비서류를 발급 받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경감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성공적인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가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행정업무혁신이 전제되지 않고는 아무리 훌륭한 정보기술도 무용지물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무원들이 아직 전자적인 업무처리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자정부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공무원과 일반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시키는 것과 함께 이들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공무원 정보화 교육을 내실화하고 일반국민에 대한 정보화 교육도 지자체 등을 통해 고급화시킬 생각입니다.

 -행자부는 그동안 전자결재, 전자서명, 정보공유 등 행정정보화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행정현장에서의 정보화수준이나 활용도는 일선 기업 특히 글로벌기업이나 대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능률성 향상이 시급하지 않을까요.

 ▲올해는 공문서의 기안·결재로부터 기록보존에 이르기까지 문서처리 전과정의 전자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현재도 행정기관의 전자결재율이 91.3%, 전자문서유통률이 82.9% 수준에 이르지만 이를 더욱 끌어올려야지요. 또 행정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전산장비, 공통행정코드, 정보화 이용기술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추진됩니다. 또 전자문서시스템과 다른 행정정보시스템과의 연계를 확대하고 전자정부 전용통신망을 구축해 전자정부 기반을 고도화하는 한편 범정부 통합전산환경을 구축해 효율성을 제고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 들어 시스템의 추가 구축보다 지금까지 구축된 정보자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동안 기관별·업무별로 운영돼온 자원관리 방식을 범정부적 통합관리 방식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범정부적 공통표준 및 상호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정보자원관리방식을 획기적으로 혁신할 것입니다. 또 시스템 중복개발을 차단하고 부서간 협업체계가 강화되어 이음새 없는(seamless) 정부를 구현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자정부서비스를 중단 없이 제공하기 위해 자동백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려고 합니다. 특히 원격지 백업시스템을 정비할 계획입니다.

 -최근에 부동산정보관리센터가 현판식을 가졌지요. 참여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중인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것이어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봅니다. 특히 허 장관께서 90년대 초반 교수 시절에 필요성을 적극 개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토지·건물·주민 등의 정보를 연계함으로써 개인별·세대별 부동산의 보유, 거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만 공정한 과세가 가능합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착수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향후 전자정부의 성공여부는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얼마나 철저히 보호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발생했던 경찰청 면허등록시스템과 행자부 주민등록시스템의 다운 및 지연사태는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줬습니다.

 ▲그렇습니다. 전자정부 성공의 관건은 안전성에 있습니다. 행자부는 앞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자정부가 구축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 관련 법제도적·기술적 안전장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상반기 중에 본격 시행될 주민등록등초본 온라인발급을 위해 각종 보안장치를 적용하고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직원들의 정보화 수준을 높이는 한편 정보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사업자들을 철저히 관리해 헛점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방향과 맥을 같이 하는 지방정보화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지요. 행자부도 그동안 지방정보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군구 행정종합정보시스템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98년부터 5년간 시군구 모든 행정영역에 정보시스템을 도입해 민원행정의 처리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습니다. 인터넷 민원처리공개시스템의 도입으로 행정 투명성이 제고되는 등 질적인 변화도 이뤄졌지요. 지난해 12월부터는 시도 행정정보시스템의 개발에 본격 착수해 내년 6월에는 완료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방정부의 정보화 기반이 완성될 것입니다.

 -또다른 지역정보화 성공모델로 정보화마을 조성사업을 꼽고 있습니다.

 ▲정보화마을은 행자부가 지역간 정보격차해소를 위해 추진해온 역점사업이었습니다. 단순히 PC보급이나 초고속망구축 등 정보접근 환경에만 치중하지 않고 마을마다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전자상거래 등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사실 시작할 당시만 해도 노령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농촌지역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는 유치경쟁이 붙을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수익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스타마을 육성프로그램을 개발해 정보화마을이 조기에 2만불 소득달성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또 리 단위 지역기반을 가진 정보화마을을 읍·면까지 확대한 광역모델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4개 읍면을 시범 선정해 추진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될 경우 연차적으로 전국에 확산되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나 지방분권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은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정보화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정보화사업이 SOC 등 가시적 효과가 큰 사업에 가려 버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각 시도에서 지역혁신발전계획에 지역정보화 분야를 중요한 사업으로 선정하여 지역혁신을 선도하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현실적으로 지방에는 재정상 취약점이 있고 지역간 정보화 격차가 큰 상황임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에서 상당기간 종전과 같은 수준의 재원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원상 제약이 있는 경우는 자치단체가 컨소시움이나 자치정보화조합 등을 통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식을 활성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전자정부는 정보시스템 전문가들에게 의존한 경향이 큽니다. 하지만 각종 정보시스템 다운사태 등에서 보면 사업자에게 맡겨만 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업무의 취지와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정보시스템 구축을 주도해야 그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고 봅니다.

<대담=양승욱 정보사회부장><정리=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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