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던 백화점 가전 매장들과 가전업계가 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장 활성화를 위해 매장 수수료율 인하나 판매가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가전업계는 형평성을 들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까지 ‘구색 맞추기’ 수준에서 ‘고급 디지털 가전’ 등 매장 리노베이션을 진행해온 백화점 업계는 이래저래 고민에 빠져 있다.
◇백화점 ‘가전 매출’ 사상 최악=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빅3’의 지난해 가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30%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서도 현대백화점의 경우 설 특수가 맞물린 이달 초 40%까지 역신장했다. 그나마 신세계가 역신장 규모가 20∼25% 정도로 다소 나은 상황이다. 이마저도 LG전자가 신세계의 일부 백화점에 새로 입점하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매출 신장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는 백화점이 인터넷 쇼핑몰이나 TV홈쇼핑 등 온라인은 물론 전자상가·전문 쇼핑몰과 비교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화점 주변에 대형 전문몰이 생겨나면서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 고급 상권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이 저조했던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인근에 하이마트 전문점이 생겨 나면서 고객이 분산됐기 때문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가전 담당 바이어는 “PDP TV,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 고급 디지털 가전이 입점하면서 가격은 이전보다 올라갔어도 매출이 꺾인 것은 가전 매장을 찾는 고객이 적어지면서 결과적으로 판매 대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화점·가전업계 이해 엇갈려=이에 백화점업계는 매장 위치 변경 등 여러 대책을 강구했으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마지막 탈출구로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자체 마진을 줄이더라도 가격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제품을 모두 판매하는 ‘직매입’ 체제가 아니라 판매 후 마진을 뗀 나머지를 메이커에 지급하는 ‘특정 매입’ 형태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그동안 백화점 가전 매장이 가격 질서 확립에 큰 역할을 해주었는데 백화점마저 가격이 무너진다면 메이커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 가전업체들은 그래도 백화점이 판매 가격을 낮춘다면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 백화점 가전 매입팀 담당 임원은 “빌트인 가전 매장을 도입하거나 아예 개별업체 단독 매장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시도 중이지만 효과를 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며 “고가의 외산 가전 판매가 부진해 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온라인 등으로 이미 가격이 붕괴된 상황에서 백화점에만 획일적인 가격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이 전체 채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대 정도이며 할인점·전자 전문점과 달리 수수료 기준이어서 판매가격 조정은 한계가 있다”며 “특히 백화점은 서비스·가격·매장 구성 등 모든 면에서 바로미터가 되는 만큼 무리한 가격 낮추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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