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실미도` 대박행진 어디까지

‘마의 1000만명에 도전한다’

 코리안 블록버스터 ‘실미도’(시네마서비스 한맥영화 제작)의 흥행 열풍이 연일 극장가를 강타, ‘친구’가 만들어낸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영화사를 완전히 다시 쓸 기세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실미도의 돌풍 속에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에 나선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마저 맥을 못추는 양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 2001년 전무후무의 흥행 실적을 남긴 ‘친구’기록(전국 830만명)을 깨는 것은 물론이고 ‘관객 1000만 시대 개막’이라는 한국 영화사의 금자탑을 쌓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미도는 지난 7일 개봉 15일만에 전국관객 400만명을 가볍게 넘어섰다. 방화, 외화할 것 없이 사상 최단 기록. 400만 고지를 넘는데 ‘친구’는 23일이 걸렸고 지난해 최고 흥행작 ‘살인의 추억’은 33일이 걸렸다.

 개봉 4주차에 접어들었으나 기세는 여전히 꺾일줄 모른다. 4일만에 100만명이 늘어나는 파죽지세다. 지난 11일 50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이번 주말경에 600만명 고지 돌파가 확실시된다.

 영화계는 이미 ‘친구’ 기록 돌파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관심은 과연 실미도가 관객 1000만시대를 열며 전대미문의 흥행기록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일단 가능성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좋다. 크리스마스시즌에 개봉, 연말연시에 상승세를 탄 후 자연스럽게 최대 성수기인 설연휴로 이어져 계속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베일에 쌓인 실화에 근거한 스토리의 신비감도 큰 무기.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박정희정권이 양성한 북파공작원 ‘684부대’의 비참한 최후를 그린 시나리오가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람객들을 지속적으로 흡입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 북파공작원 문제 등 사회적 이슈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흥행 보증수표 강우석 감독의 지휘 아래 안성기, 설경구 등 31명 전출연진의 몸을 사리지않는 연기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절묘한 화음을 내는 것도 장점. 안성기는 “31명 출연배우 모두가 주연”이라며 팀워크를 강조한다. 개봉 당시 사상 최다였던 스크린 수도 별로 줄지않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시네마서비스 마케팅팀 심재만이사는 “1월 마지막주를 친구 기록 돌파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2월 중순경에 꿈의 1000만 돌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미도 돌풍은 설연휴 직후인 이달 말과 다음달 초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 ‘반지의 제왕’이 저력을 보이고 있는데다 ‘태극기 휘날리며’ 등 국산 블록버스터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 그만큼 관심이 분산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에 상관없이 실미도의 흥행 대박은 조폭영화와 가벼운 코믹물 위주로 흘렀던 최근 한국 영화계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는 점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반지의 제왕’과의 정면승부에서 거둔 알찬 수확이란 점에서 대단히 높게 평가된다.

 영화계에선 특히 “실미도의 돌풍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국산영화가 점유율 50%를 실현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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