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 도입 후 마케팅에 집중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동력인 주요기간 통신사업자들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번호이동성제도 도입 이후 3개 사업자 모두 영업·마케팅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어서, 마케팅 비용이 설비투자에 육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통신장비·솔루션 등 전후방 연관산업의 침체는 물론, 통신서비스 업계의 성장성·수익성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KT는 올해 매출목표 11조9000억원 가운데 약 17% 수준인 2조원 가량의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있다. 이는 작년보다 매출은 2000억원 정도 늘어난 것이지만, 투자(작년 2조1000억원)는 오히려 줄어든 수준이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투자자들이 과다한 투자규모를 꾸준히 문제삼았다”며 “매출액 대비 투자규모를 현재 18% 이상에서 내년까지는 15%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데이콤·파워콤도 지난해 각각 1300억원, 2100억여원 가량을 설비투자에 집행했지만 올해는 양사 합쳐 3000억원 정도로 묶을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작년의 3400억원보다 약간 늘어난 3500억원을 설비투자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시내전화 번호이동성 대비와 인터넷전화(VoIP)·전용선·광동축혼합망(HFC) 등에 선별적으로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영업·마케팅비용이 사상 처음으로 설비투자 규모와 맞먹는 ‘기형적’인 투자행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올해 설비투자를 1조9000억원 가량 책정하는 대신, 마케팅 비용은 예년 수준인 18%선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잠정 매출 목표치를 10조4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이 회사는 마케팅 비용규모가 설비투자에 맞먹거나 시장상황에 따라 추월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F도 올해 약 1조원의 설비투자에, 매출액 대비 20% 가까운 마케팅 비용을 검토중이다. KTF는 예상 매출을 많게는 4조5000억원까지 예상하고 있어, 향후 가입자 증가추이에 따라 역시 마케팅 비용이 설비투자에 육박할 전망이다.
LG텔레콤은 지난해 4800억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3분의1이나 줄인 3200억원만 집행키로 했다. 대신 마케팅 비용은 작년 3000억원보다 크게 늘려 4000억원이상을 검토중이다.
KISDI의 한 연구위원은 “이렇게 가다가는 투자가 산업성장을 견인해왔던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면서 “정책적인 단기처방도 중요하지만 업계 스스로도 자율적인 조정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