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업계의 화두는 ‘웰빙’이다. 다소 개념이 모호한 이 말은 ‘잘 먹고 잘 살자’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와 맞물려 일약 불황을 대표하는 마케팅 키워드로 떠올랐다. 식품에서 가전, 심지어 건설업체까지 앞다퉈 웰빙을 주제로 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을 맞아 백화점·할인점·인터넷쇼핑몰 등 유통점에서는 다양한 웰빙 상품을 패키지로 묶어 움추려진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상황이다.
유기농 농산물 코너가 백화점 구석에서 식품 매장 전면에 놓이는가 하면 건강 식품을 패키지로 묶은 상품이 올해 최고의 명절 선물 세트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가전·주택·의류·화장품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웰빙이 마케팅의 화두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웰빙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가전이나 전자 전문점에도 ‘웰빙 가전’이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걸려 있다.
하지만 웰빙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 본래의 의미까지도 위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원래 웰빙은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을 뜻한다. 지나치게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는 잘못된 소비 문화의 반작용으로 나온 개념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웰빙하면 흔히 명상과 요가 등 정신 수양과 관련된 운동을 먼저 떠올린다. 반면 국내에서는 건강을 위해서는 비싸고 좋은 것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유기농 농산물을 먹고 대형 TV와 세탁기·DVD·수입 화장품 등 고가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웰빙적인 생활의 전형으로 오인되고 있다. 나아가 상품은 이전과 그대로인데 웰빙이라는 말을 붙여 가격까지도 들썩이고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썰렁한 시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웰빙 바람’이라도 붙잡아야 할 형편이지만, 자칫 웰빙 마케팅이 물질적 풍요보다 가진 것이 적더라도 정신적 여유를 누리자는 본래 뜻까지 왜곡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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