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단의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및 코스닥 등록기업들에서 소위 ‘유령주식’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유령주식이란 법률상의 단어는 아니고 주식회사가 유상증자를 함에 있어서 아예 주금 납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한 주식을 말하는 것이다.
상법상 신주의 발행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주식의 대금을 납입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 말하는 가장 납입의 경우는 일시적으로 주식 인수대금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 납입대금으로 입금을 하고난 후 그 돈을 다시 빼내는 것이다. 일단 주식의 발행에 상당하는 돈이 회사에 들어갔었던 것이 되기 때문에 유상증자대금의 처분과 관련해 경영자의 책임이 문제되기는 하지만 일단은 유효한 주식이 발행된 것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최근 문제된 ‘유령주식’의 경우는 아예 주금의 납입이 없는 경우로서 유효한 주식으로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기업사냥꾼들이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한 이후에 그 기업이 가진 현금을 빼내어 달아나는 황당한 일이 줄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도 없이 타인의 돈을 빌려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하고서 그 기업이 가진 현금을 빼내어 도주한 것이다.
기업은 사람과 돈 그리고 상품으로 구성되고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사람과 돈, 상품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돈을 벌기 위한 동력을 부여하는 것은 CEO를 비롯한 경영자들이다. 잘 나가는 기업과 망하는 기업의 차이는 결국 CEO가 어떤 사람인가가 가장 중요한 차이다.
IMF 외환사태를 겪으면서 살아남은 기업과 사라져간 기업의 CEO들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은 더욱 극명하다. 독선적이고 기업을 사유물처럼 생각하며 전횡을 일삼던 CEO가 지배하던 기업은 하나둘씩 사라져 갔고 그 여파는 아직도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생존하고 성장하는 기업의 경우는 CEO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사고와 비전의 설정, 권한의 분배와 경영의 투명성 등의 좋은 덕목을 갖췄다.
필자는 기업이란 본질적으로 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CEO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만큼의 큰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상법은 경영자들의 권한행사에 대한 견제책으로 감사제도를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감사는 선임에 있어서 마저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가운데 선임이 되고 직무의 수행도 이사회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직무에 관한 감시와 감독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기업의 현실은 법상의 감사제도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린다. 지배주주로부터 추천되고 사실상 경영자들과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감사가 선임되는 현실에서는 감사에게 경영자의 위법과 실수를 감시·감독하기를 바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두는 것과 같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소액주주들과 근로자들은 자신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 자기가 일하고 있는 기업의 CEO가 누구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 경제의 최하위에 위치하면서 소비를 주도하는 핵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CEO에게 기업의 미래에 대해 말하도록 요구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경영현실에 대한 판단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글로벌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자질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과감히 교체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기업의 CEO 역시 기존의 낡은 틀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이제는 한탕주의식 발상을 하고 기업의 이익과 근로자의 생존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CEO가 더 이상 발 붙일 곳이 없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일호 변호사 kan@hih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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