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시선집중](8)공개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가 수출을 견인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실현해 달라”

 노무현 대통령은 작년 말 열린 ‘2003 소프트엑스포&디지털콘텐츠페어’ 행사 개막식 축하연설에서 이렇게 주문하며 인재양성, 시장 창출, 해외 진출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정부가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차세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소프트웨어를 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은 미국의 지배아래 놓여 있다. 데스크톱컴퓨터 OS 시장의 94%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차지하고 있으며 서버 분야에서도 선마이크로시스템이나 오라클같은 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 제품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한다.

 이러한 독점적인 상황을 타파하고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공개 소프트웨어이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소스코드를 공개함으로써 로열티 부담없이 SW를 저렴하게 이용하도록 한 소프트웨어이다. 사용자들은 공개된 소스코드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공개 SW가 보급되면 특정업체가 소스코드를 독점해 사용자의 의존도를 높이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독점 구도를 심화시키는 폐단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공개SW가 경제성뿐 아니라 기술이나 보안성에서도 독점 소스코드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연구조사 결과들이 뒷받침되면서 유럽, 남미, 아시아 등지에서 공개SW 활성화 운동이 최근 몇 년새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있어서 공개SW는 최신기술에 대한 정보 교류로 선진제품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세계적 수준의 국산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성장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대표적인 공개SW인 리눅스 플랫폼의 경우 매년 꾸준한 성장세로 윈도, 유닉스 등과의 격차를 줄이며 오는 2005년에는 시장 규모가 1억83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공개SW 육성을 위해 지난해 공개SW 활성화정책을 마련,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내에 공개소프트웨어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정통부를 비롯해 기획예산처, 재경부, 행자부, 조달청 등이 나서 공공기관에 공개SW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또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정부·민간 공동 공개SW협력체를 구성해 공개SW의 공동 개발과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개SW 도입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북미나 서유럽, 아시아 지역 등에서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 가운데 공개SW 비중이 0.17∼0.21%를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002년 기준으로 0.07%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공개SW 보급이 더뎌지면서 리눅스 및 공개SW업체들도 영세한 중소기업 수준을 맴돌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리눅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개SW지원책이 단기간에 실효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기 보다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함께 키워 규모와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