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근무조건 열악 구직자 대기업 몰려
방송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D업체의 기술연구팀은 새해 첫날부터 지금까지 야근이 이어진다. 오는 5월 방송장비전(KOBA)에 출품할 제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개발인력을 구하지 못해 기존의 인력이 개발시간을 늘려가며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는 것.
최근 심각한 구직난 속에 국산 방송장비 개발업체들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국내 방송장비 개발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KOBA전시회 출품제품과 디지털전환용 방송장비 개발을 위해 각사마다 최소 2∼3명의 개발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필요로 하는 전자공학 및 통신 관련 전공 졸업생들은 대부분 대기업으로 몰려 이들 업체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를뿐이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조건 역시 이들 예비 전문인력들을 불러오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중소기업은 개발인력이 적어 설계부터 금형에 이르기까지 한 엔지니어가 모든 과정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이들 업체의 구인난을 가중시킨다.
D업체 연구개발실장은 “대부분 소개나 추천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지만 반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인력이 부족하다는 정보는 곧바로 경쟁업체의 영업전략이 되기가 일쑤로 함부로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방송분야의 개발인력난은 더욱 심해 업체간 인력 스카우트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멀티키어를 개발하는 디지캐스트의 이재호 이사는 “디지털방송관련 전문인력은 이렇다할 교육기관이 없어 기존에 동종 업계에서 근무해 온 인력을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해오는 일이 빈번하다”며 “이 같은 스카우트 경향은 인력뿐 아니라 기술이 동시에 유출돼 기존 업체는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헤드엔드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한솔21(사장 이홍식)은 개발인력 8명 모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이 같은 스카우트 공세에 대비하고 있다.
아예 대학지원을 통해 인력을 사전에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업체도 있다.
데이터방송장비 전문업체인 디티브이인터랙티브(대표 원충연)는 숭실대와 서강대 등에 자사가 개발한 교육용장비를 공급하며 교육을 지원, 향후 교육을 이수한 인력을 자사에 배치할 수 있는 우선권을 확보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원충연 사장은 “중소기업이라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급기술인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인력난의 원인”이라며 “앞으로 국내 디지털방송장비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개발인력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