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카드 정상화 방안을 놓고 팽팽했던 정부당국과 국민은행의 줄다리기는 ‘세상 많이 변했다’라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과거 정부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부실기업에 대해 자금을 지원했던 은행의 모습이 아니라 ‘어디 한번 해보자’라는식으로 정부와 일전을 불사한 국민은행의 모습은 일반 국민에게는 충격이었다.
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남으로써 정부와 은행의 싸움에서 은행이 판정승을 거뒀다. 과거에는 꿈도 못꿨을 사상 유례없는 선례를 남기게 된 것이다.
관리은행이 주인으로서 향후 모든 경영책임과 추가 유동성을 부담하라는 국민은행의 일관된 주장이 받아들여짐으로써 앞으로 리딩뱅크를 자임해온 국민은행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달 정부가 보유중인 국민은행 지분(9.1%) 전량을 매각한 것이 국민은행에게 날개를 달아줘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한탄이 나올만하다.
따라서 LG카드 사태는 앞으로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들이 정부의 압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시키는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고분고분한 은행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와 시장에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힘겨루기는 올초에 집중된 은행장 선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누차 은행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인사철만 되면 ‘은행장 흔들기’를 해왔다. 그러나 LG카드 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정부의 은행장 흔들기는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쪼록 금융이 관치금융에서 벗어나 체질을 개선하고 한단계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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