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CES]세계 가전시장 `부활의 팡파레`

 ‘세계 가정용 전자산업이 긴 불황의 터널을 뚫고 부활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되는 세계 최대 가전 제품 전시회인 ‘2004년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2003년 11월에 개최된 컴덱스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500여개 업체만이 참가한데 비해 이번 CES에는 작년보다 10%가까이 증가한 2300여개 업체가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를 구하지 못해 호텔에서 전시하는 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주최측인 미국가전협회(CEA)는 전시공간을 늘려달라는 업체들의 아우성에 주차장 일부까지 전시장으로 전용했지만 전시업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태부족이다.

 이처럼 CES에 업체들이 몰려드는 까닭은 세계 소비자 전자 시장이 2, 3년간의 터널을 뚫고 새로운 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디지털 TV시장이 지난해 360만대 규모에 그쳤지만 오는 2007년까지 연평균 89%의 성장율을 기록, 오는 2007년에는 4500만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PC시장도 디지털 TV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작년 대비 14% 증가한 1억6800만대가 예상되고 DVD레코더를 포함한 DVD재생기기,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도 두자리 숫자의 성장이 예상된다. 휴대폰도 15%성장한 5억대로 3년만에 다시 두자리수 성장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도약기를 맞아 세계 전자업체들이 엘도라도로 몰려오는 셈이다.

 △새로운 주역이 떠오른다=CES는 전통적으로 TV나 오디오, 비디오 관련 기기 업체들의 주무대였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세계 1, 2위 PC업체인 델, HP 등이 지난해 가전 시장 참여를 선언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도 PC시장에서 탈피, 가전시장으로 빠르게 발을 넓혀가면서 CES를 점령할 태세다. 마이크로소프트이 빌 게이츠와 HP의 칼리 피오리나가 기조연설을 하며 델의 CEO인 마이클 델과 인텔의 폴 오텔리니 사장도 전문세션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선다. MS와 인텔은 이번 CES에서 영화와 음악, TV쇼 등을 PC로 더욱 손쉽게 즐길수 있도록 하는 첨단 아이디어와 제품을 제안한다. 또한 양사는 삼성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와 함께 홈네트워크 표준인 DHWG(Digital Home Working Group) 홍보 활동도 전개한다. 인텔은 CPU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TV용 핵심칩을 선보이고 CPU맹주에서 가전 솔루션업체로의 전환을 선언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에 또 다른 주역은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을 비롯한 국내 전자업체들이다. 이미 세계 가전 시장에서 소니, 마쓰시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은 세계 최대의 평판 TV, 복합 제품, 다양한 홈네트워크 제품을 출시하고 새로운 주역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80인치 PDP TV, 57인치 LCD TV, LG전자의 76인치 PDP TV, 55인치 LCD TV는 참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며 대우일렉트로닉스의 홈 미디어 서버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아남전자, 휴맥스, 이레전자, 하스퍼, 디지탈디바이스 등이 평판 TV를 대거 출시해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자랑하게 되며 한국관에 출품한 기업들도 독특한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소니, 마쓰시타, 필립스 등 기존 강자들도 어떤 기발한 제품을 갖고 시장 수성에 나설지도 이번 CES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CES를 디딤돌로 삼아 세계로 나가라=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네온사인처럼 CES의 화려한 전시회 이면에는 세계 가전업체들의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 합종연횡으로 대변되는 표준화 경쟁이 숨어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을 포함한 국내 전자업체들의 CEO들이 대거 이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은 올해 혹은 향후 몇년동안의 가전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동시에 기존 고객과 미래의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신제품과 기술을 알림으로서 고객확보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CEO들의 일정은 수십분 단위로 미팅이 잡혀있을 만큼 빡빡하다. 또한 CES기간동안 100여개의 콘퍼런스가 열릴 정도로 기술 교류도 활발하다. 이러한 콘퍼런스를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전자 분야의 향후 진행방향을 파악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의견도 내놓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표준화 모임도 열릴 전망이어서 전세계 주요 가전업체들의 합종연횡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내 전자업체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는 고객, 그리고 표준화에 미리 동참함으로서 우군을 확보하고 지적 재산권을 보호받는 것이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이번 CES를 통해 세계 메이저 전자업체로의 도약을 서두를 때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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