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PC 업체 도산 여파로 CPU 시장 `비상`

　최근 저가 중소 PC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사업을 축소하면서 국내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CPU 유통업체들은 중소 PC 제조업체를 대체할 소매 조립 PC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텔, AMD 등 CPU 생산업체들은 유통점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소매 시장만으로는 기존의 중소 PC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힘들 것으로 보여 국내 CPU 유통시장이 중·장기적으로는 어려움에 처할 전망이다.　

　◇CPU 유통시장 비상=PC 제조업체 및 CPU 유통사들에 따르면 공식 딜러를 통해서 유통되는 CPU 물량은 대략 30만개에서 35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절반인 15만개 정도가 현주컴퓨터 등과 같은 중소 PC 제조업체들을 통해 소화되고 있다.

　현주컴퓨터의 사업축소, 세이퍼 컴퓨터 등의 도산으로 인해 대략 월 3만개 이상의 CPU 소비량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PC업계가 전망했다. 이와 함께 PC 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나머지 중소 PC 제조업체들의 비중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도 노트북 등 대체 상품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존 대리점 등을 통한 CPU 유통 시장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CPU 대리점, 대안마련 부심=이에 따라 CPU 대리점 등은 시장 확보를 위해 용산 등의 전자상가와 인터넷의 조립 PC 업체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CPU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들어 중소 PC업체들의 CPU 구매 비중이 전체 물량의 절반 규모에서 20∼30%로 크게 줄어들고 있어 전자상가의 조립 PC, 인터넷 조립업체 등에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CPU 대리점들은 기존 PC의 유지 보수 시장 등을 겨냥해 시스템통합(SI) 업체들로 판로를 확대할 방침이다. 대리점들은 또 CPU 가격 인하 등을 통해 이른바 비공식 유통시장인 ‘그레이(Gray) 마켓’ 시장도 잠식해갈 계획이다.

　아울러 인텔 등이 CPU 생산업체들은 대리점 지원을 위해 그레이마켓 제품에 대해서는 사후관리(AS)를 하지 않는 등 지원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될까=최근 2∼3년간 PC 시장의 침체로 인해 CPU 시장도 함께 위축된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중소 PC업체 도산 등의 사태로 커다란 파장이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데스크톱 시장의 전망이 어두운데다 소형 조립 PC 유통시장의 물량 소화가 얼마까지 지속될지 의문이어서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또 인텔 등이 직거래 고객인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을 대리점 유통 시장에 넘겨줄 가능성도 희박해 난관 타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게다가 CPU 대리점들의 그레이마켓 시장 확보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점차 악화돼, 실속없는 장사만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PC업계 및 반도체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CPU 유통시장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올 수도 있나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