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전면개방조치에 따라 최근 일본 드라마들이 케이블, 위성채널 등을 통해 국내 안방극장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제지간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엇갈리는 운명을 담아 낸 ‘퍼스트 러브’를 비롯해 가난뱅이 남자를 부자로 착각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야마토 나데시코’, 볼링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골든볼’에 이르기까지 트렌디드라마의 전형들이 대거 선보인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케이블채널마다 제휴 늘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국내에 소개될 일본 드라마의 수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일본 드라마가 우리 안방극장을 잠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답을 점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면서도 적지 않게 기대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일본 드라마 대부분이 트렌디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20∼35세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트렌디드라마는 굳이 복잡한 문화코드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 편하게 그네들의 취향과 감성만 읽으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 감성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방송 시간대도 주부와 학생층에 맞게 편성했기 때문에 기대 이상으로 선전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OCN 최인희씨는 “이제까지 우리가 접했던 스타일이나 캐릭터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만화적 감성이나 부드러운 취향과 같이 일본 드라마가 갖고 있는 남다른 매력 때문에 주부와 학생들에 크게 어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일본 드라마의 경우 국내에 인터넷 동호회와 팬클럽까지 있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두텁다”며 “이들은 일본 드라마가 국내에 안착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일본 드라마의 빠른 극 전개도 매력적인 요소다. 우리는 시청률에 따라 방송 분량을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지만, 일본 드라마는 방송국 개편 주기에 맞춰 11부작인 경우가 많다. 또 일본 드라마는 방송 전에 전체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사전 전작제’로 제작되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고 호흡이 빠른 편이다. 그만큼 대중 흡인력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에서 흥행했다는 영화들이 국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을 뿐 아니라, 일본 드라마라고 하면 ‘왠지 유치하고 어색하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한 탓이다. 일본 문화에 대한 편견도 아직은 지울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일본 드라마가 국내에 상영됨으로써 시청자들은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국내 프로그램 제작진에게는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전부터 지적된 ‘우리 대중문화 잠식’이라는 딜레마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안방에서 편하게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운 일인 것만은 사실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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