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향을 다시 찾은 느낌.’ 15시간 이상 배를 타고 도착한 중국 산둥성 내 항구도시 일조시(日照市)에 대한 첫 인상이다.
일조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낯선 도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칭다오만 해도 국내 항공사들이 취항하는 국제공항이 있어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익숙하다. ‘일출이 가장 먼저 비추는 곳’이란 의미의 일조시는 중국내 여러 도시에 비해 개방이 늦은 편이었고 국내에도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다.
일조시는 산둥성의 성도는 아니지만(성도는 지난시) 칭다오와 함께 산둥성의 개방을 이끄는 양대 도시다. 현재까지는 주로 칭다오 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및 외국 관광객과 비즈니스맨들이 들어왔다. 최근 경기도 평택과 일조시를 잇는 배편 선로가 새로 열려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 산둥성을 돌아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때묻지 않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잘 보존된 생태환경과 각종 문화유산은 경제발전을 위한 투자지역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관광코스로도 부족함이 없음을 알게 해준다. 해수, 공기의 청정도는 국가 1급이다. 산둥성 녹차 생산의 70%는 일조시에서 나온다. 깨끗한 자연환경의 대표적인 곳으로 길이 60km에 이르는 ‘황금백사장’은 일조시만의 대표적 여행코스 중 하나다. 12월의 추운 날씨에도 신혼부부들이 곳곳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조시 외곽 부래산 부래사 안에 있는 4000년 묵은 은행나무는 경이로움 그 자체. 가장 오래된 나무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중국인들은 이 나무를 ‘천하은행제일수’로 부른다. 둘레만 15.7m. 오래된 곁가지들이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밑으로 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쇠기둥으로 여기저기 받쳐놓은 모습에서 ‘살아있는 화석’임을 느끼게 한다.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일조시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이곳 일조시를 중심으로 서쪽에 공자의 고향인 곡부가 있고 서북쪽으로 ‘타이산’이 솟아 있다. 이곳 타이산은 우리에게 익숙한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로 시작하는 양사언의 시조에 나오는 그 태산이다. 타이산을 중심으로 동쪽성이 산둥성, 서쪽성이 산시성이다. 일조시에서 북으로 1시간 가량 가면 만나는 고현시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도읍지로 알려져 있다. 국보급 청동기, 철기 유적과 유물이 대량으로 발굴됐다. 우리나라 청동기 문화와 흡사하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것은 고대에 이곳 산둥 지역에 거주하던 부족이 ‘동이(東夷)’로 불렸다는 일조시 박물관의 소개 자료다. 말 잘 타고 활 잘 쏘는 우리민족이 동이로 불리지 않았던가.
최근 고구려사에 대한 왜곡으로 한·중간 역사 분쟁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조시에서 이 같은 자료를 보게 돼 산둥성 일조시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과 동시에 중국 고대사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안고 돌아왔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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