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각광받으면서 올해 콘텐츠산업에 거는 기대가 어느해보다 크다. 정부도 2008년 문화콘텐츠 세계 5대강국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적극 지원에 나섰다. 본지는 문화콘텐츠산업 부흥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2004년을 맞아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전망과 이슈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
토론자=박세형(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길정일(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구문모(산업연구원 실장), 이교정(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 홍민호(대원씨아이 출판사업본부장), 최승호(씨엘코엔터테인먼트 대표), 함용일(YBM서울음반 대표), 한민규(와이즈그램 대표), 김창연(신영증권 애널리스트), 최병구(문화관광부 문화콘텐츠진흥과장), 이경우 (전자신문사 차장)
※사회=최성모(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콘텐츠개발본부장)
◇최성모=참여정부 출범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정책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문화콘텐츠 산업이 해야할 일이 막중하다. 문화콘텐츠 세계 5대 강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각 분야별로 2003년도 문화콘텐츠 산업을 회고하고 2004년도 경기전망과 주요 이슈를 예측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교정=한중일 3개국이 애니메이션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매년 100개가 넘는 TV 방영 시리즈 물을 선보이고 중국은 2005년에 4만800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이다. 한국은 ‘방송용 애니메이션 총량제법’이라도 통과시켜야만 최소한의 위상을 갖출 수 있다. 작년 한국은 TV시리즈 분야에서 중국, 일본과의 합작,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국산 장편애니메이션은 흥행부진 속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는 일본과의 합작이 성숙단계에 돌입하고 미국과는 3D분야에서 공동제작 라인 구축이 활발할 전망이다.
◇홍민호=2003년 만화계는 히트작 부재와 함께 대여점 중심의 만화 수요와 불법 스캔만화의 범람으로 만화잡지 발행부수의 15∼20% 감소라는 침체를 겪었다. 대안으로 학습만화가 인기를 끌고 절판 만화의 복간이 진행됐다. 인터넷 카툰만화도 등장했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등을 통해 300만달러 규모의 수출실적을 올려 희망적이다. 원작 만화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았다. 앞으로 만화의 인기를 업고 단행본을 출간하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대안만화 육성과 신규매체 창출이 중요하다. 원소스멀티유즈 사업이 본격 전개되고 인터넷 포털과 연계된 신개념 잡지 창간, 해외시장 진출 및 합작 만화 제작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최승호=마음의 여유가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캐릭터 산업의 특성상 경기침체는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마시마로’는 수익성 높은 원소스멀티유즈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차별화된 디자인은 캐릭터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디자인이 좋아야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으로 성공적인 변신이 가능하다. 따라서 디자인 인재양성이 가장 시급하다. 캐릭터 비즈니스는 장기간의 유행화가 필수임에도 형평성 문제 때문에 정부가 하나의 캐릭터를 부각시키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캐릭터 사업은 원소스멀티유즈 사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수많은 상표권을 출원해야하는데 중국 등지에서 침해문제가 심각하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
◇함용일=음반시장 규모는 작년 전년 대비 25% 정도 줄어들어 1500∼2000억원에 머물렀다. 한때 1만2000개이던 소매상도 600개로 감소했다. 온라인 음악서비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는 디지털음악 시장발전을 위해 음원제작자협회에 신탁관리를 허가했지만 매출액 기준 3%의 음원만 참여했으며 갈등만 심화됐다. 음악콘텐츠는 네티즌의 높은 선호도와 저용량 특성 때문에 먼저 인터넷 상 불법행위의 표적이 돼 왔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음악외 다른 콘텐츠도 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일어나 저작권과 저작물 이용권 사이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저작권법의 적절한 개선이 요구된다. 업계로 볼때 앞으로 오프라인 음반사간 혹은 오프라인 음반사와 IT업계의 수직적인 합병이 이루어지는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민규=포털의 모바일사업 진출은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매출원 등장을 의미하지만 새로운 ‘갑’의 등장으로 줄서기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이동통신회사를 통하지 않고 포털이 단말기 생산업체와 연합해 직접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휴대폰의 성능향상으로 음성중심이었던 모바일 서비스의 사업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모바일 결제도 2배 신장했다. 모바일시장의 발전은 콘텐츠 접근경로의 다양화라는 장점과 불법경로의 확대라는 단점을 동시에 갖는다. 망개방으로 이통사와 콘텐츠제공자(CP)간에 서로 중복되는 영역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많아졌다. 위피를 통합플렛폼으로 하는 단말기가 쏟아져나오고 MP3폰 등 멀티미디어 제품의 보급확산으로 기본적인 콘텐츠시장은 커질 것이다. 번호이동성 제도의 본격 시행으로 이통사간 서비스 경쟁이 심화돼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창연=2003년에는 영상물 등급분류의 불확실성 문제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무선망 개방과 콘텐츠 수출확대 등 긍정적 요소도 많았다. 업체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음에도 자본의 집중이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온라인게임, 영화 등에서 1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주 5일제 확대와 국민소득 증대는 주식시장에서 펀더멘털 측면에서 콘텐츠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음반판매량은 줄었지만 음원이라는 콘텐츠만 놓고 봤을때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향후 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질이 될 것이다. 2004년 국내 경기성장률을 4∼5% 정도라고 전망해볼때 수출은 콘텐츠산업 발전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구문모=2003년에는 문화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갈등구조가 많이 생겼는데 정부가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소비자의 행동양식은 변하는데 정부의 반응이 느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 규제기관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했다. 지자체에서도 문화예술 산업화 정책을 추진할 때 문화예술업계와 문화콘텐츠 업계간에 마찰이 심했다. 지방에서는 문화산업클러스터를 산업단지 수준으로 인식한다. 중요한 개발은 신경을 안쓰고 부지 등 하드웨어 측면에 신경을 많이 써 왔다. 올 상반기로 예정된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을 놓고 정통부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투자 측면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도 시장의 자금 흐름이 콘텐츠 업계로 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업계 역시 영화에 돈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투자금 사용에 대한 자기고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길정일=올해는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장기 산업전망, 산업체의 인력수요조사, 인력교육기관 조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인력양성 종합계획이 수립돼 1월중 발표돼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공급과 수급을 관리하는 기틀이 마련된다. 인력양성의 공간적 스펙트럼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되고 인력양성의 연령적 스펙트럼이 확장돼 ‘문화콘텐츠 영재’ 개념이 시작될 것이다. 청년실업 해소와 연계된 실용적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하지만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어야 한다. 문화산업대학원·대학 개발 논의는 실용적이고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커리큘럼은 인문학적 창의성과 예술적 감각, 기술, 비즈니스 등 4개 요소를 포함할 예정이다.
◇이경우=콘텐츠 수출은 제조업 수출과 비교해 약 열배의 부가가치를 갖는다. 특히 온라인게임은 지난해 수출 효자상품이었다. 내수진작에도 기여를 했다. 문제는 특색이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 수출은 국부축적과 함께 문화도 수출하는 상품이다. 그런면에서 볼때 우리 전통을 완전히 무시한 천편일률적인 캐릭터들이 난무한다. 규제의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에서 13세 이용가를 받은 리니지2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19세 이용가를 받은 점은 문제가 많다. 올해 화두는 일본문화 완전개방과 중국이다. 일본은 이미 문화콘텐츠 산업의 노하우를 갖고 있고 중국은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위협의 요소들이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콘텐츠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콘솔게임의 온라인화도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박세형=그동안 우리는 하드웨어 중심이고 기존 고정관념에 얽매인 지원을 펼쳐온 것이 사실이다. 각종 지원센터들이 존재함에도 급격한 성장을 왜 못했는지 생각해보자. 콘텐츠산업은 종합예술임에도 개별적으로 나눠서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다. 대박을 터뜨리면 잘 된거고 못 터뜨리면 안 된거라는 생각도 버려야한다. 실험적인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정신이 살아있지 않으면 산업의 미래도 없다. 국제 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PISAF)같은 행사는 해외시장 조기 개척의 의미가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이같은 상황들을 고려해 기존 지원역량에 대중문화와 산업을 잘 적용해야만 한다.
◇최병구=2003년은 문화콘텐츠 산업이 과거 반도체 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정부가 지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된 의미있는 해였다. 차세대 성장동력에 포함됐고 문화콘텐츠 산업을 세계 5대 강국으로 키우겠다는 비전도 제시됐다. 문화부의 산업발전 중장기계획은 업계가 무엇을 필요로하냐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업계와 학계 등 각계가 제시하는 의견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산업계에서 정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문화콘텐츠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 무엇보다 문화산업 진흥법의 정책 구조를 산업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 나갈 것이다. 발전을 위해 정부와 산학연이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다.
<정리=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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