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예상외 돌풍…배경과 당면 과제

“현장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새해들어 지난 나흘간 이틀 휴일을 빼면 하루평균 1만명이상이 이동하고 있다. 대국민 홍보효과가 나타나고 서비스가 오히려 낫다는 입소문이 퍼지면 앞으로 번호이동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낙관한다.”(KTF 마케팅담당 임원)

 “지난 며칠간 전산오류나 고의적인 가입자 전환방해 등으로 번호이동 가입자가 기대보다 적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가 곧 해소되고 공정경쟁의 룰이 잡히면 번호이동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LG텔레콤 마케팅담당 임원)

 “지난 나흘간 번호이동 가입자 3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말 LG텔레콤이 선 가입시킨 신청자들인 것으로 안다. 아직 낙관·비관을 거론하기엔 이르지만 이 정도 규모의 번호이동 가입자수는 오히려 당초 예상보다 적다는 판단이다. 5일부터 약정할인제가 출시되면 가입자 이탈속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올 한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SK텔레콤 마케팅담당 임원)

 번호이동성제가 첫날 전산시스템 오류와 지속되는 전환가입 지연 등 여러 돌발상황에도 불구하고 시행 나흘째인 4일 전환가입자 3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 대한 3개 사업자의 ‘상황인식’은 판이하다. 바짝 긴장했던 SK텔레콤은 오히려 미미한 규모라며 안도하는 눈치인 반면, KTF·LG텔레콤은 번호이동 시행초기 드러난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향후 폭발적인 수요를 점칠 수 있는 조짐이라며 역시 낙관하는 분위기. 이에 따라 오늘부터 SK텔레콤이 약정할인제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요금경쟁에 돌입하는 가운데, 올 한해 번호이동성 마케팅 대전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선·후발 사업자들끼리 지난 며칠간 영업방해 등의 사례를 자체 적발해 서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어 연초부터 또 다시 법적공방이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LG텔레콤 압승(?)=4일 오후 7시 현재 번호이동성을 통해 사업자를 옮긴 가입자 누적치는 총 3만0261명. LG텔레콤이 1만6233명, KTF가 1만4028명으로 집계돼 LG텔레콤이 월등히 많았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측은 “번호이동성과 약정할인제에 대한 꾸준한 광고마케팅 활동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반면 SK텔레콤·KTF 등 경쟁사들은 “지난해 4분기 LG텔레콤이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뱅크온’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번호이동에 대비해 사전 예약받은 가입자들을 이번에 일괄 처리하면서 가입자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오히려 KTF는 향후 6개월간 자사가 번호이동성 시행에 따른 수혜를 독차지할 것으로 자신하는 한편, SK텔레콤은 당초 우려했던 가입자 이탈규모보다 적은 수준이라며 안심하는 눈치다.

 ◇조심스런 시장전망=KTF·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이 가장 긴장하는 대목은 5일부터 SK텔레콤이 출시하는 약정할인제다. 후발사업자들은 번호이동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최대 목적이 보다 싼 요금을 찾아서인데, 정통부가 SK텔레콤의 약정할인제를 인가해줌으로서 번호이동성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다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SK텔레콤의 약정할인요금제가 24개월 약정시 LG텔레콤에 비해 2.5∼21.6%, KTF에 비해 7.7%∼19.4%가 비싸도록 할인폭을 재조정해 인가했다고 밝혔지만, 후발사업자들은 번호이동 수요를 잠재울 변수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선보이는 약정할인제는 후발사업자들에 비해 요금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더이상 요금 때문에 이탈하는 가입자는 없을 것이며, 오는 7월부터는 오히려 가입자를 뺏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따라 KTF·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 약정할인제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가운데 조만간 번호이동 처리가 원활해질 경우 하루평균 1만명 이상의 SK텔레콤 가입자를 꾸준히 끌어올 것으로 판단하는 반면, SK텔레콤은 당초 예상치인 50만명 안팎에서 가입자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또다시 고개드는 상호비방전=지난 며칠간 번호이동 전산처리 오류의 원인을 놓고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의 ‘고의’라며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또한 자사 가입자들에게 후발사업자들이 허위 정보를 알려주고 사실상 무단가입시킨 사례를 적발했다며 통신위 제소 등 강경한 맞대응 전략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이어서, 서로 흠집내기식 비방전이 연초부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같은 과열경쟁 양상이 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이고 이통시장의 유효경쟁체제를 확립한다는 번호이동성 제도의 당초 정책취지조차 퇴색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일단 시행초기부터 전환가입이 매끄럽지 않은데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다 SK텔레콤의 약정할인제까지 겹쳐 유효경쟁 환경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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