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2004년.’
세계 최대 수요국인 미국을 비롯해 세계 2위 경제 대국 일본, 그리고 유럽의 경제가 올해부터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세계 IT시장도 작년의 부진을 벗고 올해는 힘찬 용틀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러 시장조사기관들이 제시하는 올 한해 세계 IT 전망도 확실히 작년보다 ‘장밋빛’이다. 우선 미 상무부는 최근 “미국내 정보기술(IT) 관련 산업경기가 올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IDC도 올 한해 세계 IT지출에 대해 9160억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보다 6∼8% 정도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성장세에 대해 IDC는 “기업들이 IT분야 예산을 동결하지 않으면서 개인용컴퓨터(PC) 등 각종 IT 장비 교체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i서플라이의 경우 IT경기 회복의 시금석인 PC 수요에 대해 “세계 시장 출하량이 올해 작년보다 14% 많은 1680만대를 기록하며 고공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IDC는 올 PC 출하량에 대해 작년보다 11% 늘어난 1억6990만대 그리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4% 늘어난 1827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통신 시장도 상승경기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IDC는 올 통신 서비스 관련 지출이 작년보다 4% 증가한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어 데이터 서비스 부문이 16% 그리고 IT 장비 지출이 7%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 통신장비업체를 이끌고 있는 존 체임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도 “올해는 회복 기미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세계 IT경기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특히 통신 시장에서는 카메라폰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의 단말기가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게임, TV 수신 같은 고기능의 이동전화 단말기도 작년에 이어 계속해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 전망이다.
최대 통신시장인 미국의 경우, 번호이동성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신규 단말기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인터넷전화(VoIP) 보급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망 통신 시장으로는 역시 거대 인구를 가진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일순위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5월부터 10개국이 추가로 가입하는 EU를 주목할만하다.
기존 15개 EU국가 외에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10개국이 추가되는 이른바 ‘메가 EU’는 컴퓨터, 휴대전화, 디지털TV 등 각종 IT기기들의 새로운 거대 수요처로 부상할 것이다.
미국 추격에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디지털가전, 통신,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 다시 한번 ‘메이드 인 재팬’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적극 나설 채비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히 폭발적 수요가 일고 있는 초박형 TV, DVD리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기기에서 일본 전자업체들은 그동안의 우세를 유지하면서 세계 시장 장악을 위해 올 한해 더욱 몰아붙일 태세다. 이들 분야의 일본 제품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이미 50% 이상을 넘고 있는 상태다.
경기 회복의 또 다른 리트머스인 기업공개(IPO)도 올해 활기 띌 전망이다. CBS마켓워치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미국 IPO 시장은 지난해 불어닥친 30여년만의 최악 사태를 가볍게 떨쳐낼 것으로 보이는데 올 상반기만해도 최소 20억달러 규모의 인터넷검색업체 구글이 ‘IPO 축제’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기업의 정보기술(IT) 투자가 올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희망찬 전망도 솔솔 나오고 있다.
IDC 등 각종 시장조사기관들은 지난 2년간 투자를 최소화했던 기업들이 올해 IT설비 투자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실제 IDC가 작년말 주요 기업 정보화담당임원(CI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에 비해 올해 적게는 4%, 많게는 10%미만까지 IT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보안·재해복구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자 부문과 전자상거래, 그리고 서버와 PC 교체 등에 우선적으로 IT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올해 기업들의 IT 투자비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지난해 9월부터 쏟아져 나왔는데 당시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메릴린치·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등은 주요 기업의 CI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통적으로 ‘2004년도에 IT투자가 뚜혓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보고서를 앞다퉈 내놓았다.
전문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리서치의 경우, 올해 기업의 IT투자가 작년에 비해 4% 정도 늘어날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내 기업의 CIO 800명이 “올해 IT 투자비용을 작년보다는 확실히 늘릴 것”이라고 대답한 것을 기초로 한 것이다. 포레스터는 “하지만 4%의 수치도 CIO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예산을 책정한 탓”이라며 “6∼8% 증가도 무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말 55개국의 투자현황을 분석한 가트너도 “유럽, 일본 등을 제외하고 미국과 이머징 마켓에서 서서히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며 “닷컴 호황때처럼 최고조에 달하지는 못할지라도 IT업체들에게는 올 한해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부>
◆ 글로벌 CEO들이 보는 올해
“경기 회복은 확실하다. 하지만 지난 2000년대의 호황은 다시 없을 것이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이끄는 내로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생각하는 내년 세계 IT시장 경기는 이 한마디로 축약된다. 즉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3∼5% 성장하면서 기업의 IT 투자가 되살아나는 등 IT경기 회복이 확연히 드러나겠지만 닷컴이 초화황을 누렸던 99년말과 2000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네트워크총괄 최지성 부사장은 “세계적으로 디지털 방송이 확산되는 가운데 고가의 LCD TV와 PDP TV, DVDP, DVDR 및 HDD를 내장한 디지털 녹화기기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며 PC가 교체기에 접어들어 PC 및 주변기기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아테네 올림픽으로 인해 대형 TV를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평판 디스플레이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휴맥스 변대규 사장은 “전산업부문 디지털화 추세 및 IT 확대는 기술의 지능화, 융·복합화 및 광대역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화는 IT 분야의 전세계적 공급과잉이 진정되고 있는 흐름과 더불어 시장 성장의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 TV 등을 주축으로 하는 디지털 가전은 신기술 및 신제품에 대한 수요의 자극,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자극시켜 나가고 있는 가격하락 추세 그리고 각국 정부의 적극적 정책 등으로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중국, 대만 등의 저가공세와 선진기업과의 기술적 격차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DS총괄 이윤우 사장은 “올해 반도체 전체 시장은 지난해 대비 약 20% 가량 성장하고 전체 시장규모는 1,9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인 PC는 1억6000만대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고 시스템당 메모리 탑재량은 500메가바이트(MB) 이상으로 늘어나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전체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달러화 약세, 고실업률,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국제정세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IT 기업 CEO들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우위에는 IT가 없어서는 안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며 올 한해 세계 IT시장에 대해 대부분 조심스런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세계 최대 컴퓨터기업을 이끌고 있는 IBM의 사무엘 팔미사노 CEO는 작년말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미 상무부의 자료를 인용, “기업의 IT지출이 2003년 하반기 이후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며 “2004년에는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생각한다”며 희망섞인 핑크빛 전망을 내놓았다.
연 매출 6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델의 창립자겸 CEO 마이클 델도 “그동안 IT지출에 매우 소극적이였던 대기업들이 서서히 새로운 IT 장비 지출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낙관론에 힘을 실으며 “이는 IT 업계가 그렇게 기대하던 불황 탈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IT업계의 여걸로 휴렛패커드(HP) 회장 겸 CEO인 칼리 피오리나도 “올해부터 HP의 순익이 매년 20%이상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하며 “이는 그만큼 세계 IT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년내 많은 수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다소 격한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CEO도 올해 경기회복에 대해서만은 “저 밖은 아직 어두운 것이 사실이지만 어두운 터널의 끝이 서서히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 유닉스 서버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CEO는 “첨단 기술만이 기업의 비용을 줄이면서 경쟁력 향상을 가져온다”며 “이를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이 올해는 IT투자를 다시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도 “올해 세계 IT경기 회복세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해외에 직영점을 보다 많이 개설할 것”이라며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CEO는 “작년 6월말 끝난 2003 회계연도에서 약64억달러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지만 2004 회계연도에는 이를 68억 달러로 상향하겠다”고 공개하며 “연구개발비 지출 확대는 경기 회복과 함께 맞물려 MS를 보다 더 강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CEO는 특히 아시아와 유럽시장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정보통신 인프라에 대한 재투자가 시작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와 유럽시장, 그중에서도 중국, 인도와 10개국이 새로 추가되는 새 EU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에 이어 세계 2위 CPU업체인 AMD의 헥터 루이즈 CEO도 “반도체 시장은 올해 의미있는 회복이 일어 날 것”이라며 “이번 회복은 과거의 ‘거품’을 다시 경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르마 올릴라 노키아 최고경영자 (CEO)는 “2008년까자 전세계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2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며 “브라질, 중국, 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로 작년보다 10% 정도 늘어 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본 IT 간판기업인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 겸 CEO도 ”10년후 소니가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의 회사가 되어 있을지는 모르나 늘 공격적인 자세를 잊지 않는 소니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이는 뚜렷한 세계 IT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올해에도 변함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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