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펌웨어 `EFI`로 대체키로
지난 1981년 IBM PC가 등장한 이후 모든 PC환경에서 하드웨어를 인식, 설정하는 기초 운영시스템인 ‘BIOS(Basic Input/Output System)’가 새해부터 단계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양사는 지난 23년간 PC를 구동해온 골동품 BIOS를 퇴출시키고 새로운 PC용 펌웨어인 EFI(Extensible Firmware Interface)를 보급하기 위해 올 3월 EFI포럼(가칭)을 만들 계획이라고 C넷이 30일 보도했다.
두 회사는 가능한 빨리 EFI를 세계 PC업계 표준규격으로 만든다는 목표하에 자사제품에 EFI를 채택하는 한편 메이저 PC업체와 부품업체에 대한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은 이미 BIOS를 대체하기 위해 EFI기반의 SW개발툴(코드명:티아노)을 공개했고 차기 칩세트제품부터 EFI를 지원할 방침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차기 윈도인 롱혼이 EFI를 지원할 계획이며 주요 협력업체에 EFI관련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PC산업을 이끄는 두 거인이 ‘BIOS 죽이기’에 발벗고 나선 것은 8비트 어셈블리코드로 짜여진 구형 BIOS체제로는 새로운 PC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인텔의 한 고위간부는 “21세기 PC환경을 구동하기엔 BIOS는 이미 기술적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며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BIOS를 대체할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BIOS는 81년 등장한 이후 새로운 하드웨어가 등장할 때마다 업그레이패치가 덧붙여졌을 뿐 MS-DOS시절의 초기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BIOS는 또 표준이 없어 다른 기업에서 제작한 확장보드끼리 바이오스 충돌을 일으키는 등 그동안 IBM PC환경을 난해하게 만든 주범이었다.
전문가들은 PC제품에 BIOS 대신 EFI를 채택하면 훨씬 빠른 부팅속도와 시스템 안전성, 확장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세계 PC산업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초기 부팅시 지겹도록 접해온 텍스트 환경이 사라지고 사용이 간편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이 모든 EFI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PC제조업체들은 기존 BIOS체제를 바꾸는 데 아직까지 조심스런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게이트웨이를 비롯한 일부 PC업체가 EFI기반 PC양산에 들어갔으며 2004년은 PC업계가 EFI를 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인텔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년 이상 의존해온 BIOS를 하루아침에 버리기는 어렵겠지만 결국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면서 BIOS퇴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