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소매 유통 분야는 올해에 이어 여전히 ‘저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황에도 승승장구한 인터넷 쇼핑몰과 할인점이 ‘유통 맹주’로 등극하면서 내년에 유통업계는 전환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선보인 ‘카테고리 킬러’와 ‘아웃렛 매장’ 등 새 유통 채널이 영토 확장에 나서고 지능형 종합물류망·전자태그·t커머스 등 앞으로 유통·물류 분야를 이끌 신종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지가 유통업계의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소매 유통시장 ‘사상 최악’=2003년 유통업계의 최대 이슈는 ‘소비 위축’이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꺾이면서 도소매 판매가 9개월째 내리막을 달리며 사상 최장 기록을 갱신했다.
백화점 매출은 10개월째 감소세를 보였으며 세자리 성장을 구가하던 TV홈쇼핑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전자유통 시장도 경기 불황의 한파를 비껴 나지 못했다. 용산 전자단지 등 집단 전자상가는 올해 폐업하는 매장이 속출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삼성과 LG전자의 가전 유통점·하이마트 등 전문점도 예년의 성장률에 크게 밑도는 실적에 만족해야 했다.
이 때문에 올해 유통가에서 가장 유행한 말은 ‘바겐 세일’과 ‘최저가 할인’이었다. 가격 경쟁이 극심했으며 채널을 구분하지 않고 고객을 끌기 위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졌다.
◇유통 채널별 ‘희비 엇갈려’=할인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 ‘신유통’의 위력이 유감 없이 발휘됐다. TV홈쇼핑도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10%대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재래 시장과 백화점 등 전통 유통채널은 힘을 잃어 유통 채널별 ‘세대 교체’가 극심한 한해였다. 할인점은 10년 만에 백화점 매출을 추월하며 최대 유통망으로 부상했다. 전국적으로 300여 개에 달하는 점포가 오픈했으며 이달에만도 10개의 대형 점포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악화된 수익 구조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겨 논 상황이다.
백화점은 올해 매출 18조원 정도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내년에도 소매 유통 시장에서 백화점의 비중이 점차 줄면서 영업시간 연장, 인력 축소 등 생존 전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은 극심한 경기 침체에도 시장 성장률이 20%대 육박했다. 신세계 유통연구소는 올해 인터넷 쇼핑몰은 7조10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했으며 내년에는 30%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TV홈쇼핑 시장은 지난해보다 9.5% 성장한 4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서서히 성장 속도가 꺾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자유통, 주도권 경쟁 ‘점입가경’=우선 가전 유통시장에서는 하이마트, 전자랜드21, 테크노마트 등 전자 전문몰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다양한 가전 브랜드를 무기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카테고리 킬러’를 표방하면서 삼성과 LG전자의 유통망을 위협한 한해였다. 올해 가전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소폭 성장한 8조원 규모로 예상되며 이중 3분의 1을 가전 전문점이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전 유통점은 올해를 기점으로 출점보다는 매장 대형화와 리노베이션에 맞춰 ‘2라운드’ 시장 경쟁을 준비중이다.
반도체 유통 분야는 업체별로 실적 편차가 있지만 삼성전자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상당한 경영 실적를 올렸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제조업체 분위기와 맞물려 해외 사업 준비에도 분주한 한해였다.
뚜렷한 호재가 없었던 단말기 유통 시장은 보조금 중단 등 잇따른 악재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내년에는 번호이동성을 둘러싼 마케팅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단말기 유통 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유통·물류 인프라 개선 ‘한 목소리’=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로 낙후된 물류 서비스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정부와 산업계의 관심을 촉발했으며 어느 분야보다도 물류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부처별로 물류 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봇물을 이뤘으며 정부 주도로 첫 ‘지능형 종합 물류시스템’ 계획이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유비쿼터스컴퓨팅 환경과 맞물려 전자태그(RFID) 기반 물류로드맵이 수립됐으며 RFID 표준화와 기술 개발도 활발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범 사업이 수립돼 시장과 상용 서비스를 위한 포문을 열었다.
이 밖에 인터넷 쇼핑몰이 ‘m커머스’ 서비스에 출사표를 던지고 TV홈쇼핑이 스카이라이프와 공동으로 ‘t커머스’를 본격화하는 등 미래 유통산업을 짊어질 새로운 ‘수종’ 서비스가 선보인 한해였다.
<유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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