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는 이제 20세기 낡은 구호로 전락했다. 느끼고 즐기고 경험하는 ‘문화가 힘’인 시대가 도래했다. 21세기 사회의 무게 중심은 축적된 지식의 양에서 문화, 창의력,상상력,감성이 부가가치의 중심이 되는 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 사회(Content Based Society)로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크레이티브 주도 시대=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다채널, 다매체 시대가 열리고 각 나라간 교류도 활발히 일어나면서 문화산업은 21세기 핵심산업으로 등장했다. 2005년이면 게임시장규모(4900억 달러)가 반도체 시장규모(31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규모(1조 4000억달러)가 IT하드웨어 시장(1조 1600억 달러)는 추월할 것으로 분석된다.(자료 문화콘텐츠진흥원 2003)
이미 세계 시장에는 타임워너, 디즈니,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문화자본을 내세운 미디어엔터테인먼트가 파워그룹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음반산업 0.88%, 영화산업 0.3% 등으로 아직 1%내외에 불과하지만 중화권과 동남아 시장을 휩쓴 이른바 ‘한류’ 현상으로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그렇다고 한류가 과대포장되서는 안된다. 중화문명과 서양문명의 엄청난 영향력 아래 살았던 역사 때문에 자칫 스스로에 도취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아시아의 문화강국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가 320억달러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40억달러로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도 콘텐츠가 완성한다=우리나라는 고도의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으로 수십년간 계속됐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설움은 극복하고 IT강국으로서의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드인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가 고부가가치를 더하는 이른바 ‘코리아 프리미엄’ 은 단순한 기술 혁신으로만 획득할 수 없다. 여기에 콘텐츠의 중요성이 있다. 결국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는 결국 문화의 힘, 콘텐츠 산업의 힘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LG화학이 베트남에서 한류스타인 ‘김남주’를 모델로 기용, LG드봉을 프랑스 랑콤 등 세계 굴지의 브랜드를 체치고 시장 점유율 1위 달성한 것은 콘텐츠의 파급 효과를 잘 보여준다. 공산품 제조국가에서 벗어나 명품 제조국가로의 도약하기 위해서 콘텐츠 코리아의 구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참여정부의 5대 문화강국 비전=콘텐츠는 국가 브랜드에 영향력을 미치고 나라간 민간 교류에 보이지 않는 결정적인 매개체요, 윤활유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시대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문화강국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공감대 위해 세계 5대 문화강국 실현을 비전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요 문화행사마다 “21세기는 문화강국이 경제강국이 되는 문화의 시대”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직접 방문하는 등 콘텐츠 산업 발전을 직접 챙기고 있을 정도다. 정부의 세계 5대 문화강국 실현 비전은 2007년까지 국내 시장 규모를 32조원으로 키우고 해외 콘텐츠 수출액을 100억 달러(약 13조원)대로 끌어올려 세계시장점유율을 5% 이상으로 높인다는 게 기본 골격이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문화산업진흥법을 전면개정하고 청와대 내 문화산업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것도 건의했으며 주요 정책과제로 △전문인력양성 △문화산업기술 개발 △투자 및 유통 환경개선 △지역문화산업 육성으로 설정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 기고 - 문화를 통한 국가브랜드 제고
성균관대 국가브랜드경영연구소 김정탁 교수연구팀
지난 8월 18일부터 50여일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6개국, 미국, 파나마, 브라질, 영국, 독일 등 총 3100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국가이미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기존의 국가이미지 조사와는 달리, 대륙별로(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중동지역 제외) 표본을 할당하여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일단 다음의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지도 조사결과에 의하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즉, 발발된 지 50년이 지난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에 대한 인지가 강하게 잔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해 온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게 만든 월드컵 역시 세계인들의 인지 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 산업 중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인지된 항목에서도 차별적인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아시아 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과는 달리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경쟁력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둘째,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한국인보다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 인지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주로 개발도상 국가들로 나타났다. 특히, 동남아 지역 국가(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3 개국)에서 한국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이미지가 표출되었다.
셋째,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한국의 경제적 요소를 국가 이미지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으나, 선진 국가들의 경우 한국의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 조사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제에 대한 이미지는 좋으나 실제보다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대표적인 문화상징물이나 아이템이 부족한 반면 문화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정치적인 사안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국가이미지는 물론 한국제품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활용되어야 할 요소는 문화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매력도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한국하면 가장 많이 연상되는 요소 역시 문화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남북분단, 한국전쟁 등)는 여전히 세계인들의 인지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짧은 시일 내에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 과거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독일과 일본이 그러했듯이,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동남아나 중남미와 같은 개발도상국에게는 좋은 본보기이자 표본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경제발전 이미지는 단순히 홍보나 개별 기업들의 노력을 통해 세계인들의 인지 속에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로 기억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국의 문화적 요소들을 통한 국가브랜드 제고는 장기간의 체계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를 통한 국가브랜드 제고는 경제뿐 아니라 국가이미지를 구성하는 다른 요인들 즉 정치·사회적 요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문화를 통한 한국의 국가브랜드 제고를 통해 국가이미지가 한 단계 상승하게 될 경우, 그 후광효과(Halo Effect)로 인해 여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 이미지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이 단순한 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문화경쟁력으로 대체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핵심전략은 ‘문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 국내 문화콘텐츠산업의 SWOT 분석
강점
- 개별업체들의 다양한 프로모션
- 전통문화와 창의적인 소재 보유
-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지원
- 세계적인 인터넷 인프라와 인터넷콘텐츠비즈니스 확대
약점
- 국내 문화콘텐츠산업의 영세성
- 국산 문화콘텐츠의 기획력 부족
- 전문적 마케팅 방법론, 인력부족
- 문화콘텐츠산업계 동향 정보 부족
- 열악한 유통구조
- 유관산업간 연계사업 추진 저보
기회
- 국내 소비시장 규모 확대
- 국산문화콘텐츠상품 해외시장 진출 증가(해외시장의 호응도 증가)
- 여가 활동시간의 확대
- 일반인의 문화콘텐츠상품에 대한 관심 증가
- 국산문화콘텐츠 시장점유율 증가
- 국산 문화콘텐츠 상품 증가
- 국산문화콘텐츠 소비자 선호도 증가
위협
- 외산문화 콘텐츠와의 가격경쟁
- 소비자의 빠른 선호변화
- 해외 문화콘텐츠 대기업의 한국시장 진출 본격화
-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 문화강국 정부 지원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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