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원회가 내년 1월 번호이동성 시행을 앞두고 이동통신업체의 약정할인제를 조건부로 허용한 것은 공정경쟁과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겠다. 이미 LG텔레콤에 이어 KTF는 정부에 약정할인 요금제를 신청했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도 당초 “시장과열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던 입장을 바꿔 약정할인제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약정할인제의 조건부 허용은 소비자입장에서는 기존에 비해 통신 요금이 싸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이유나 경위야 어찌됐던 그동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통신요금 인하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실제 가정마다 매달 지출하는 통신요금이 적지 않았던 만큼 약정할인제를 적용할 경우 기존가입자도 약정기간과 사용량에 따라 종전에 비해 최대 40%까지 통화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이동전화 해지 거부나 불친절한 행태가 사라지지 않았으나 이후부터 사용자들이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어 그야말로 고객만족 마케팅이 자리잡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제도 시행이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선후발업체간 고객유치경쟁이 심화될 경우 출혈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통신시장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의 경우 지난 3월 이를 금지했음에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고 오히려 10월 중순부터는 늘어났다.
이번에 통신위가 이동통신 3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이같은 불공정 사례가 근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통신위가 아무리 공정경쟁을 하라고 업체에 강조해도 막상 통신 시장을 놓고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면 이동업체간 요금인하 출시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이통업체들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크게 떨어져 수익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업체들도 일정 수준의 수익이 발생해야 품질개선이나 고객서비스 향상을 위한 재투자가 가능한데 과잉 출혈경쟁이 벌어지면 수익기반에 타격을 받아 새로운 인프라 구축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이동업체들이 기존의 마케팅관행을 벗어나 통화품질과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이통시장에서의 성패는 서비스 품질과 요금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같은 서비스 품질이면 가격이 싼 업체를 소비자들은 선택할 것이다. 같은 가격이면 서비스 품질이 우수한 업체가 유리할 것이다. 이제까지 이동업체들은 고객만족 경영에 나름대로 노력을 해 왔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서비스 제공이나 이용 등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조건을 만들어 제공하고 가능하다면 종량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에 해 왔던 상대방에 대한 비방전이나 불공정 행위를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경쟁력 있는 콘덴츠를 확보하고 다양한 서비스와 통화품질 개선 등에 주력해 고객을 유치하도록 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에는 가입자가 비싼 돈을 주고서도 가입하는 사례는 많다. 고객마음을 사로 잡기 위한 서비스의 차별화도 고려해 봐야 할 사항이다. 대동소이한 서비스와 금액으로 경쟁할 경우 과당 출혈 또는 상대에 대한 비방밖에 동원할 수단이 없다.
아울러 통신위는 약정할인제와 관련한 이용자 이익저해 방지책도 명확하게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가뜩이나 과열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처리규정이 미흡하다면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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