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36/끝)결산 좌담회

 전자신문이 올 한 해 동안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지상 캠페인으로 시작한 ‘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 기획시리즈가 숨가쁜 여정 속에 마지막회를 맞았다. 산간오지에서부터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지까지 정보 나눔의 현장을 발로 뛰며 정보격차 해소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 인식을 환기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은 정보화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시리즈 기획 1주년을 맞아 정보격차의 현주소와 향후 정책방향 등에 대해 각계 인사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보화 물결의 뒤켠에 있는 이웃들에게 다시 한번 눈을 돌리고 적극적인 지원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참석자:변재일 정보통신부 차관,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원장, 김선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현대정보기술 사장),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사회=이현덕 전자신문사 논설주간

  

 △사회=‘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 기획시리즈’가 시작된 지 어느새 1년이 흘렀다. 그 동안 거둔 수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손연기=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까지 찾아가 현장취재를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소외계층의 정보화 현황을 단순한 수치가 아닌 눈과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 점이 좋았다. 소외계층에게 정보화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측면도 있다고 본다. 특히 인터넷청년봉사단의 해외봉사활동을 지면을 통해 소개함으로써 IT한국의 위상을 각인시켜준 점이 주목된다.

△사회=나눔의 정보문화를 취재하게 된 것은 정보격차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정보격차 현황은 어떤가.

 △손연기=성별, 지역별 격차는 10%포인트대로 줄어들었고 일반인과 장애인의 격차는 37%포인트, 소득수준별 격차는 32.7%포인트, 직업별 격차는 49.7%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특히 학력별 격차가 74.9%포인트, 연령별 격차가 82.1%포인트로 특히 심각한 실정이다.

 △정태명=정보격차 해소는 일순간 노력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다. 노인과 젊은층의 격차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노인 정보이용인구가 2% 증가할 때 청소년 정보이용인구는 11%씩 늘어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같은 세대간에도 내용을 알고 보면 정보화 이용면에서 차이가 적지 않다. 특히 내용적, 가치적 측면에서의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의 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김선배=기업간의 격차도 심각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정보화 격차는 상당히 크다. 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치명적이다.

 △사회=각계에서 부단히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정보격차 해소는 아직도 미진한 점이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정보화지원정책에 일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년도 정보격차해소시행계획에도 변화가 있지 않나.

 △변재일=과거 국민의 정부는 평등을 중요시해 낙오되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점을 강조했다.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법률도 이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전 국토의 90% 이상, 읍·면·동까지 유선 인터넷망이 설비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심지어 재소자에게까지 정보화 교육을 하고 있다. 결국 정보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시설이나 기기 보급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본다. 이제는 보급된 기기를 생산적인 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게 하는 데 지원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소기업네트워크화사업을 통해 보급된 ERP로 비디오숍들이 수익을 높이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격차 해소 시행계획에서도 이 같은 정책방향이 예산확보 등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

 △손연기=정보격차 해소의 정책방향이 인프라가 아닌 소프트웨어적인 것으로 가야 하는 것은 맞는 얘기다. 정보화 초창기에는 정보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보기기를 갖추고 있느냐가 아니라 제대로 사용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즉, 생산적인 정보행위에 쓰고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변재일=이런 차원에서 정보문화진흥원이 정보화 개념을 새롭게 적용한 정보격차지수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안다. 단순히 정보기기를 갖추고 있고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넘어 어떤 활동에 사용하고 있는지, 정보화가 얼마나 생산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까지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적절한 지원방향도 새롭게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정보화와 정보격차의 개념에 대한 정의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정보화의 주체나 지원대상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인가.

 △변재일=정보화에서 소외된 자, 정보기기에 대한 접근기회가 차단된 자 등에 대한 지원사업은 그대로 하되 질적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좀더 촛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정보화는 이제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생산활동에 도움이 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적극 사용돼야 한다. 정보화가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민간기업의 참여가 적극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김선배=기업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CEO들이 사회봉사와 기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인드는 필요하다. 그러나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경우 무조건적인 기부 등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제도적 보완이 없으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본다. 즉, 정부에서 기업들이 국민 정보화에 기여할 수 있는 모티브를 마련해 준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외환위기 시절 정부에서 재취업자 정보화 교육사업을 시작해 민간기업들에게 적잖은 사업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이 간접적으로 정보화에 기여토록 한 것이 좋은 예다.

 △정태명=실버넷을 추진하면서 대학 100여곳이 참여해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정보화 지원사업 참여대학에 대해 정부에서 가산점을 줬기 때문이다. 정통부 등에서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에 기여하는 기업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기업이 정보화를 위해 기부 등을 할 경우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외국에서는 그런 제도들이 잘 마련되어 있어 기업들의 기부하는 문화가 적극 잘 이뤄지고 있다.

△변재일=세금 부분은 관계 부처 장관들이 협의할 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결론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세제혜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각계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또 각 사업에 대한 형평성도 고민해야 하는 숙제다.

 △손연기=현재 국내외 기업들과 정보격차 해소사업에서 협력을 추진중이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 모색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손을 맞잡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다보면 좋은 답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

 △사회=정보화와 정보격차 개념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와 다양한 정책적 제안들이 나왔다. 각 분야에서 노력하고 해야할 과제들이 있다면 무엇인가.

 △변재일=9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팽배했던 정보화에 대한 과잉기대가 중동과 중부 유럽국가들에서도 최근들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다. 정보화는 투자에 비해 효과가 너무 적다. 정보화 투자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가 등등의 비판적인 얘기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보화의 효과는 가시적인 측정기준으로 해석한다면 문제가 있다. 각 산업과의 시너지, 인프라 효율성은 보이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다. 정보화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필요한 때다. 또 정보격차 역시 이 같은 해석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정태명=정보격차 해소사업은 단순히 정보소외의 해소 차원이 아니라 소외계층이 사회에 참여토록 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투자는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노인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투자가 더욱 강조돼야 할 것이다. 노인에 대한 투자는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다. 특히 민간 기업들은 이 문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부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손연기=이제는 정보화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조화와 균형을 모색하는 ‘e하모니’가 형성되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이런 의미에서 내년에는 정보화 역기능 쪽에도 관심을 쏟는 게 좋을 듯하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정보화의 혜택을 주자는 데서 나아가 정보화 역기능을 낳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김선배=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도 정보격차 문제에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IT기업들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협의기구 등을 만드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보겠다.

 <정리=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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