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신년특집]고객 속으로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혼절의 시대다. 고객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는 기업의 존재 의미는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뢰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과 고객, 쌍방향 대화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기업들은 이제 ‘고객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고객의 경영 참여 길을 열어야 한다. 고객에게 받은 것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산다.

 ◇고객 참여 경영 활짝=고객 참여 경영이 유행이다. KTF는 서비스나 경영상의 아이디어를 고객으로부터 제안받아 이를 기업경영에 반영하는 고객 참여 경영을 선언했다. KTF 고객은 이에 따라 이동전화서비스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고, 매월 지정되는 테마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

 남중수 KTF 사장은 “시간의 50% 이상을 현장에서 고객과 임직원을 만나는데 투자할 것”이라며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고객만족전문경영인(CSO:Customer Satisfaction Officer)임을 자처했다.

 지난해초 터진 SK사태로 그룹 이미지를 크게 손상한 SK그룹도 각 계열사별로 고객 감동형 마케팅을 대폭 강화했다.

 SK텔레콤은 고객중심으로 생각하고 더욱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으로 새로운 고객참여 프로그램을 도입, 효과를 보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로 위기를 맞은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도 다양한 고객 참여 이벤트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함은 물론 금융권도 고객 참여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회전반에 고객 참여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프로슈머 시대 열려=소비자들의 소비 패턴도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수동적으로 물건을 구입하기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가 소비는 물론 제품 개발과 유통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프로슈머란 공급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상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사야 하는 인터넷 구매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업체들은 제품 개발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오프라인업체들도 디자인 공모전과 사후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기호를 제품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인 LG이숍의 경우 소비자가 상품을 구성하는 매장을 열고 테마에 따라 60여 개 매장이 운영중이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기획 운영하기 때문에 포유의 인기 매장은 하루 방문자가 3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사회공헌 프로그램 활발=기업들은 최근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물론 활동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얻으면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를 담보하는 브랜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제는 삼성이나 LG 등 대그룹을 포함해 중견·중소기업까지도 사회공헌 프로그램 대열해 합류하고 있다. 임직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전담조직을 사내에 두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이 8년전인 94년에 전담조직인 삼성사회봉사단을 가장 먼저 설립했으며 이후 SK텔레콤·KT·제일제당·한화 등이 설립했다. 올해는 포스코가 ’포스코 봉사단’을 발족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열심히 돈을 벌고 이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21세기형 선진기업 만들기에 기업들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 기고 - 소비자가 바라는 고객만족 경영

이대훈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장

 인기있는 TV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그저 묵묵히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주인공에 대한 설정 변경을 요구하는 등 참여를 하고 있다. 밀어내기 식의 일방통행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소비자운동과 제조물책임법 발효 등의 여건 변화로 소비자 권리의식이 많이 향상됐다. 생산과 소비라는 측면에서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생산자의 노력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가끔 상대방 제품의 자그마한 약점을 크게 확대시키면서도 자사 제품에 대해서는 모든 약점을 감춰둔 기업을 만나게 된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자신의 단점과 허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사 제품의 문제점을 진솔하게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한 생산자의 올바른 정보제공은 중요하다. 일반 가전제품에서 발생되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자파를 없애준다는 제품들은 많이 판매되고 있다. 전자파에 대한 불안심리를 상품판매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전자파의 위험성이 명백히 밝혀질 때까지는 위험성만을 일반화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광의의 생산자 역할도 고민할 대목이다. 예를 들어 공산품의 대형화 추세는 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신중해져야 한다. 가구 당 인원이 줄어드는데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공산품이 계속 대형화되는 추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적정 용량보다 큰 제품을 선택하면 구입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물론 사용단계에서 에너지 사용량도 증가하는 등 비효율적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올바른 정보를 공유할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 `팬택계열` 성공 사례

 팬택계열(대표 박병엽)은 1년전 ’존경받는 기업’을 선포한 이래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고객들이 참여하는 ’사이버 감사시스템’을 최근 개통했다.

 이번에 개통한 사이버 감사시스템(대표 http://iaudit.pantech.co.kr)은 윤리경영, 사이버신문고, 자료실, Q&A로 구성돼 기업 윤리규범과 직원 행동지침 등을 제시하고 모든 비윤리적인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사이버 감사시스템은 사내 임직원과 협력업체, 그리고 고객까지 자유롭게 참여해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투명한 기업 경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팬택계열은 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최고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사이버 감사팀을 조직해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정보수집 채널을 확보하고 사내외 부정 및 불공정한 업무처리에 대한 제보를 실시간 접수, 처리한다.

 제보된 내용은 경영감사팀에 직접 연결돼 철저한 보안 유지를 통해 비공개 조사가 실시된다. 제보 결과는 사내 규정에 따라 처리되며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경우 특별감사가 실시된다.

 팬택계열 이몽우 감사는 “사이버 감사팀 구축은 존경받는 기업 비전 실현에 중축적인 역할을 담당함은 물론 기업의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해 건전하고 투명한 기업을 실현할 것”이라며 “기업 경쟁력 강화 및 신뢰도 상승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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