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신년특집]전자소재시대 열린다

 21세기들어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전자소재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이 정착돼 세계 최고만이 생존하는 치열한 경쟁시대에 집입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자소재 산업이 부품 또는 완제품 이상의 핵심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자 소재 기술없이 완제품 또는 부품의 성능 향상에 한계성이 있다는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전자소재산업은 기반이 취약, IT부품에 필요한 전자 소재의 해외의존도가 심각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자소재 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천명하기 시작했으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벤처 기업도 전자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전자소재 산업=세계 주요 전자소새 산업은 연평균 15.3% 성장률로 2007년 786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전자소재 산업의 경우 대부분 소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고 뒤이어 미국·유럽 기업이 포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차전지 소재 세계 1위(92%)·디스플레이 소재 세계 1위(81.6%)·고주파부품소재 세계 1위(9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파악하고 있다. 세계 10대 전자재료 업체 중 6개가 일본이 차지할 정도로 일본 전자소재 산업은 전체 제조업 3분의1를 점유한다.

 또 미국과 유럽은 전자재료 기초기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듀퐁·바스프·코닥 등 미국·유럽 기업들은 부품·소재의 원료인 금속재료·화학재료 등 기초 재료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소재 산업 왜 중요하나=전자 소재는 완제품과 부품의 기초 기반산업일 뿐더러 신규 고부가치 산업 발굴에 기여한다. 일례로 LCD의 액정 소재 개발은 노트 PC·디지털 캠코더 등 모바일기기 시장을 창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37%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IT산업의 성장을 촉진시킨 대표적인 전자재료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2차전지 흑연계 탄소소재(음극) 개발을 통한 성능 시간의 향상은 IT모바일 기기의 보급을 활성화하는 촉매제 역할로 작용했다. 게다가 PDP에서의 전자 소재 비중은 금액기준으로 44%를 점유하고 PDP 전자 소재 시장은 2001년 2억8900만달러에서 2006년 23억3000만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자 소재 금액 비중은 유기 EL에서 약 15%, LCD의 55%, 리튬이온 2차전지의 53%를 차지하는 등 전자소재 산업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완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전자소재 산업은 IT기기 산업 발전의 동력원이자 동반 성장할수 있는 분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우리나라 IT수출의 후발추격국인 중국을 저지할 수 있는 분야가 전자소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국내 IT기기에 대한 저가제품 및 기술 격차 만회로 5년후 경쟁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자소재는 10년 이상의 격차를 유지할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전자소재 개발 열기=SKC·LG화학·제일모직·도레이새한·코오롱 등 대기업들은 LCD·PDP 등 디스플레이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도광판·광확산판·편광판·드라이필름 등 전자소재 산업 강화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제일모직은 지난 하반기부터 경북 구미·경기 의왕의 전자재료 생산단지 증설에 나서 2차전지 전해액· 반도체 봉지제·LCD용 배향막·컬러레지스트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엔 여천공장에 LCD용 도광판(PMMA시트)설비를 증설한다.

 코오롱은 LCD 광학필름 캐퍼 증설을 추진하고 있고 PDP·유기EL 등 디스플레이 재을 개발할 계획이다. LG화학도 중국 쑤저우에 IT소재 공장을 연초 완공하고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두산도 유기EL 핵심소재 양산에 올해부터 본격 나섰다. 한화종합화학과 LG전선도 차세대 수익원으로 전자소재 분야를 지목하고 연성기판용 동박적층원판 등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또 우영·레이젠등 중소 업체들은 해리슨도바라이팅·아사이카세이 등 일본 업체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전자소재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으며 삼성전기·삼성정밀화학·세라트론·바티오케트 등 업체도 독자적으로 고주파 부품의 핵심 소재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자소재 기술이 핵심기술 기반 부족으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을 보이고 있지만 머지 않아 일본·유럽 등 선진국 추격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 새로운 부품 출현 - 실장 면적 축소가 관건

 ‘단말기 부품의 실장면적을 줄여라’

 PDA·디지털캠코더·휴대폰 등 단말기가 하나로 통합(All-in-One Terminal)되면서 단말기 부품도 덩달아 복합화·고집적화 현상쪽으로 급진전하고 있다.

 단말기 부품의 이같은 추세는 휴대폰 등 단말기의 기능이 다양화되고 크기가 작아질수록 늘어나는 부품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물론 부품 실장 면적을 줄이는 것이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LG이노텍 등 업체들은 안테나스위칭모듈(ASM)과 SAW(표면탄성파)필터를 결합한 ‘프런트 엔드 모듈(FEM) 등 새로운 형태의 차기 복합 부품을 잇따라 선보이거나 개발중에 있다. FEM은 휴대폰 송수신 신호를 분리시켜주고 여러 주파수 중 필요한 주파수만을 선택해 통과시켜주는 다기능 핵심 부품이다.

 지난해까지는 듀플렉스·스위칭회로 등의 부품을 하나로 합친 안테나스위칭모듈(ASM)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단말기가 다기능화되고 작아지면서 1년만에 ASM에 SAW필터을 추가한 새로운 복합 부품인 FEM이 등장한 것.

 또 안테나스위치모듈(ASM)·PAM·SAW 듀플렉서 등 3가지 모듈을 합친 차세대 복합 모듈 개발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어 단일 기능의 모듈 내지는 VCO 등 부품들은 새로운 복합 모듈에 자리를 내주고 시장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고집적화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장 면적을 줄이고자 칩사이즈패키징 기술을 이용해 CDMA용 SAW 듀플렉서와 FEM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장기적으로 RF 멤스(MEMS) 기술을 이용해 모든 모듈·부품을 원칩(One Chip)에 집적시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동영상·위치정보 등 멀티미디어 부가기능이 추가되면서 적층세라믹콘덴서 (MLCC) 수요가 증가됨에 따라 0603 MLCC 시장도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칩세트와 회로설계의 발전으로 콘덴서·저항·인덕트 등 3대 수동 부품들이 기판에 실장되는 게 아니라 아예 내장되는 쪽으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기 강석철 그룹장은 “단말기의 고기능화는 부품의 초소형화와 고집적화를 요구하는 한편 쏘필터·디플렉서·스플리터 등의 부품 사용수를 줄이거나 그 기능을 복합 모듈이 대체하는 쪽으로 부품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 생산기반기술 - 전 산업 품질·생산성 `좌우`

 생산기반기술도 중요하다

 금형·소성·도금·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생산기반기술은 소위 3D 업종으로 기피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국가 주력산업인 전자·자동차·조선·기계산업의 품질 및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다.

 한국·대만·중국 등 신흥 공업국이 맹추격하고 있지만 일본· 독일 등 세계적인 산업기술 강국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를 추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2%’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이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생산기반기술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최근 ‘차세대 생산기반기술 확립을 위한 전략’ 보고에서 생산기반 산업의 연간 총 생산액이 22조원으로 제조업 총 생산액의 5%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관 산업은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산업 구조는 기능 의존형 저부가가치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강국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생산기반기술은 단발적이고 부분적인 기술개발에 치중 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생기반 기술은 선진국 대비 73% 수준이며 기술격차는 6.4년, 가격 경쟁력은 64%로 한참 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평균적인 기술 수준이 높은 선진국에 비해 국내 기술간 격차가 심하고 전문인력 및 인프라의 편중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생기반 관련 업체는 종업원수 30인 이하가 60~70%로 영세한 규모며 사업체별 종업원수는 평균 36명 인데다가 열악한 경영기반 및 작업 환경으로 전문인력이 취업 기피 현상도 보여 산업 기반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성호 본부장은 “생기반 사업은 단발적이고 부분적인 개별 지원 형태에서 체계적, 종합적인 중장기적 지원사업 형태로 전환이 시급하다”며 “기술 정보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고 인력 양성 체계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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