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북미 PCB BB율 3년여만에 최고치 기록
IT 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줄곧 침체일로에 있던 인쇄회로기판(PCB) 산업이 내년에는 최대 호황기를 누린 3년전 분위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북미 PCB 수주출하비율(BB율)이 1.18로 지난 2000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지난 4월 이후 꾸준히 1.0 이상을 나타냄에 따라 그간 내리막길을 걷던 PCB 경기가 최근들어 오르막길로 본격 들어선 것으로 예측된다.
PCB BB율은 북미 지역의 3개월전 출하 물량을 취합한 것으로 이같은 수치는 PCB 전방산업인 통신장비 시장이 이미 회복세에 들어섰고 디지털가전·휴대폰 등의 시장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대다수 PCB 제조업체와 장비 업체들이 내년 매출을 비교적 높게 잡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섰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기판 사업부에서 내년에 올해 대비 10% 이상 늘어난 약 7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으로 설비 투자에 들어간다. 특히 휴대폰·CSP·FC-BGA 등에 사업역량을 집중, 2005년엔 1조원대 벽을 돌파하는 등 업계 선두주자로 발돋음한다는 목표다.
대덕전자(대표 김성기)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12% 감소한 2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지만 내년 매출 목표를 3000억원 이상으로 잡아놓고 있다. 이 수치는 지난 2000년(3431억원) 매출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이는 휴대폰과 통신장비 기판 매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신규사업인 연경성 기판 사업에서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염두해 둔 것이다.
엑큐리스(대표 김경희)는 내년에 올해 대비 53% 성장한 매출 520억원을 달성,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500억원대 규모에 달하는 것은 물론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측은 PDP·DVD 기판 수요가 급증하고 차량용 오디오·네비게이션·세트톱박스·휴대폰 등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 물량이 안정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했다. 게다가 연경성 기판에 대한 설비투자도 단행하는 한편 프랑스·일본 등 해외에도 눈을 돌리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영풍전자(대표 장병택)는 내년에 올해 대비 약 50% 늘어난 21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연성 기판 수요에 적극 대처하고자 내년 상반기내 단면 기준으로 월 10만㎡ 규모인 생산 능력을 30% 이상 확대한다. 특히 샘플 전용라인을 구축, 고객 요구 사항에 신속하게 대처키로 했다.
동도금장비 등 기판장비 업체들도 덩달아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TKC(대표 박용순)는 매출이 올해 150억원에서 내년에 33% 증가한 2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측은 “대다수 PCB 업체들이 동도금 장비 발주 검토에 착수했다”며 내년 경기가 3년전 처럼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다.
한송하이테크(대표 신문현)는 내년에 올해 대비 68% 성장한 18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성기판용 본딩머신과 롤투롤 로더 주문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연내 중국 쑤저우에 현지 판매·생산 법인을 설립, 로더언로더·본딩 머신 시장 공략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이피엠테크 채병현 부사장은 “삼성전기·LG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필수장비인 도금장비 견적 의뢰건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그동안 얼어붙었던 기판 업체의 투자 심리가 봄 눈처럼 녹기 시작한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신영증권 신민석 애널리스트는 “세계 IT 경기는 지난 2000년 이후 침체했으나 최근 디지털가전·휴대폰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고 북미·유럽 통신장비 시장도 무선 LAN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내 PCB가 성장산업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