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신년특집]새로운 주역 `2030 세대`

 2002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새로운 세력이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개방되고 자유로운 문화, 적극적인 행동양식을 가진 20, 30대 젊은 층, 바로 2030세대의 등장이다.

 이전까지 2030세대는 사회의식도 없고 더구나 정치에는 더욱 무관심한 계층으로 평가됐지만 노사모 등 정치인 팬클럽 문화가 형성되면서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적극적인 정치행위자로 변신했다.

 지난 12·19 대선을 통한 노대통령의 승리는 2030세대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통해 증폭되면서 이제까지 여론과 경제를 움직여온 5060세대의 힘을 압도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2030세대는 정치 뿐 아니라 경제, 문화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우리나라를 동북아 중심으로 이끌어 올릴 ‘신화창조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불리는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는 30대가 대부분이며 보수적인 대기업에서도 30대 임원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IT기업 임직원의 평균연령은 30대 초반이다. 시민단체를 이끄는 주요 인사들 역시 30대가 대부분이며 30대 언론사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에서는 20, 30대 층의 단합된 움직임이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송호근 교수는 지난해 여름 출간한 저서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에서 “5060세대가 이끌어온 성장시대 가치관이 점차 그 힘을 잃고 2030세대의 유동성 문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30세대는 이제 노무현 정부 등장과 함께 권위주의가 약화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로 나서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에서는 나이어린 상사를 인정한다는 답변이 52%에 달해 입사연도가 승진 순서를 좌우하는 시대는 지났음을 반영했다. 이를 두고 매체에서는 “허리로 여겨졌던 20, 30대 층이 머리로 올라서고 있다”고 표현했다.

 우리 경제가 좀처럼 우울한 터널을 지나지 못하고 있는 시기에서 2030세대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2000년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공적 자금의 연령별 상환부담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향후 상환해야 하는 연간 2조원의 공적자금 중 절반을 20대 이하가 갚아야 하고 20년 후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도 현재의 세 배가 넘어서는 등 현재 30대 이하 젊은 세대가 기업빚과 국민연금, 의료비 등 사회적 부담을 모두 짊어지게 될 전망이다.

 노인 한 명을 부양하는 경제활동 인구 수는 2000년 현재 9명 수준이지만 현재의 20대가 사회의 주축이 되는 2020∼2030년경에는 3명이 노인 한 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노인 부양부담이 지금의 세 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2030세대는 현재를 변화시키는 동력이자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중심 세력이다. 그런데 요즘 2030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신용불량 등으로 고민에 휩싸여 있다. 특히 지난 2003년은 취업난이 그 어느 해보다 극심하면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직업이 없어 방황하는 청년실업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45세 정년, 56세까지 남아 있으면 도둑 소리를 듣는다는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에 이어 최근에는 체감 정년이 38세까지 낮아졌다는 ‘삼팔선’과 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작금의 취업난을 반영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급증하는 신용불량자 가운데도 2030세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이들 2030이 주도해 온 청년층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그간 2030세대의 소비 확대로 휴대폰 등 정보기술(IT)분야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돼 왔다”면서 “미래를 짊어질 이들 세대가 신용불량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할 경우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30세대의 이민 붐도 우리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9월 한 홈쇼핑 업체가 출시해 3시간 동안 700억원 매출이라는 대박을 올린 이민상품은 구매자의 60% 이상이 2030세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2004년 새해에는 지난해보다 경기가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보가 잇따르면서 2030세대의 앞날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2030세대는 대한민국의 향후 10년, 20년을 바꾸는 데 중심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동북아 중심국가로 거듭나는 데 일조할 것이다.<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 인터뷰 - 허원석 엔티씨코리아 대표이사

 리눅스 전문업체 엔티씨코리아의 CEO인 허원석 대표(33)는 12명의 직원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최고참이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9세. 그래도 “실력만큼은 모두 리눅스업계에서 인정하는 베테랑들”이라고 허 대표는 설명한다.

 젊은 회사의 젊은 CEO인 허 대표의 자긍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돈을 버는 게 주 목표였다면 리눅스 회사를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대학 시절부터 컴퓨터에 탐닉해 다양한 운영체계와 컴퓨팅 환경에 통달해 있는 전문가 집단들이니 어느 분야나 자신이 있었죠.”

 허 대표는 소스코드를 공유하고 익명의 개발자들이 선의의 경쟁으로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공개소프트웨어 리눅스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이 회사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리눅스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일명 리눅서(Linuxer)들에게는 회사가 일터이자 ‘놀이터’인 셈이다.

 허원석 대표의 말에는 2030세대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일을 즐기면서 그 분야 최고를 꿈꾸는 2030세대는 놀 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치열하게 논다.

 “일할 때와 놀 때 사이에는 분명히 선을 긋죠. 잘 노는 것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비결이고 업무와 여가를 구분해야 삶을 보다 풍요롭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허 대표는 명함에 사장 대신 ‘대표이사 과장’이라는 직함을 새겨서 다닌다. 겸양의 표현일까. 허 대표가 말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제가 업무 상 만나는 사람들의 직급은 대부분 과장, 부장급이죠.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편하게 일을 하려면 같은 직급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외양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지극히 실리적인 2030세대다운 사고방식이다.

 

 ◆ 시장을 움직이는 2030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약 1000만명으로 20여 % 를 차지하는 ‘2030세대’는 소비의 주체이기도 하다. 이 세대의 특징은 소득 수준에 비해 소비성향이 매우 높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P세대, 코보스족, 듀크족 등의 다양한 계층으로 분류되며 오늘날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대상이 되고 있다.

 ▶ P세대

 열정(Passion), 잠재력(Potential Power)을 바탕으로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Participation)하며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세대를 가리킨다. 17∼39세 연령층으로 구성된 P세대는 과거 ‘386세대’의 사회의식, ‘X세대’의 소비문화, ‘N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W세대’의 공동체의식과 행동양식을 고루 보이고 있다. 제일기획의 ‘대한민국 변화의 태풍-젊은 그들’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특징은 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의류와 외식에 목숨을 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건을 살 때 51%가 충분한 사전검색을 거친다고 대답했다.

 ▶ 코보스(KOBOS)족

 물질적 풍요(부르조아)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자유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미국의 신상류층 보보스(BOBOS)와 유사한 한국형 보보스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전문직종에 종사하면서 개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젊은 집단이 주류이다. 엘리트로서 물질적인 풍요에 익숙하고 수준있는 소비성향을 보인다. 정보통신비, 외식비, 문화, 레저, 건강 등 자신에 대한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으며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 듀크(DEWK:Dual Employed With Kids)족

 한때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딩크(Dink) 족이 화제로 떠올랐으나 최근에는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인 듀크(DEWK:Dual Employed With Kids)가 2030의 새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듀크족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맞벌이 부부로 자녀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강력한 소비세력이다. 이들은 자식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대신 짧은 시간 동안 교육, 문화생활, 음식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 따라서 듀크족을 겨냥한 키즈마케팅, 맘스마케팅 등이 뜨고 있다. 듀크족들은 인터넷 쇼핑, 24시간 쇼핑의 주도자들이기도 하다. 생필품에서부터 취미용품, 고가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구매를 인터넷에 의존한다. 이들은 또 대부분 교육수준이 높아 상품을 구입할 때에도 정보검색, 커뮤니티를 통한 의견교환 등 까다로운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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