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반도체 대량 유통 `물의`

방치땐 세트제품 수출 피해 우려

 지난 10월 이후 심화되고 있는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틈타 불법으로 복제된 반도체 제품이 국내 시장에 대량 유통되고 있다. 특히 복제된 반도체들은 리마킹 등 단순한 수준이 아니라 회로 자체를 불법으로 복제한 불량제품들이어서 국내 세트업체들과 소비자들에게까지 큰 피해가 갈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세트업체인 A사는 최근 아날로그디바이스사의 전련관리 반도체를 영국업체로부터 대량으로 매입했으나 이중 3000개의 불량품이 발생,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나로그디바이스코리아(대표 전고영)는 A사로부터 3000개의 불량칩을 리콜받아 조사한 결과, 모두 불법 복제품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아날로그디바이스코리아는 “올들어 중국에서 전원관리와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 제품을 중심으로 불법 복제 제품이 유통되기 시작했으며 한국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히고 “현재 불량 웨이퍼가 외부로 유출돼 유통된 것과 회로 자체가 불법으로 복제된 경우 등 두가지 사례가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는 내셔널세미컨덕터의 전력관리 반도체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셔널세미컨덕터코리아(대표 김용춘)는 최근 자사 제품에 대한 고객 불만이 접수돼 이를 조사한 결과, 불법 복제된 반도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나로그디바이스와 내셔널세미컨덕터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세트 업체 등 고객들에게 정품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한편 세트업체들에게 정상 유통 경로를 활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피해는 두 회사 제품에만 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불법복제 사례가 내셔널세미컨덕터, 아나로그디바이스 등 두업체의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불법복제 반도체는 주로 전력관리반도체, AD컨버터 등 주로 아날로그 반도체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변환시켜 주는 아날로그반도체는 최근 심한 공급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불법제품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돼 시스템 기업이 비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칩을 수급하는 데서 기인한다”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이를 채용한 세트제품의 불량발생으로 소비자들은 물론 수출에도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