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반도체 주의보가 발령됐다. 과거에는 일부 악덕 유통업체가 유명 브랜드의 반도체 패키지에 기록된 모델명을 날조해 판매가격을 높이는 방식이 위주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조업체가 가담, 특정 반도체를 통째로 복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능화되는 불법복제=과거 사례로 볼 때 가짜 반도체의 단골 메뉴는 중앙처리장치(CPU)와 D램 모듈로 인식돼왔다. 인텔이나 AMD와 같은 유명 브랜드 CPU 완제품에 표기된 본래의 클럭 스피드를 지우고 그 위에 한두단계 높은 클럭 스피드를 레이저로 마킹, 정교하게 위조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것은 단순 모조차원에서 벗어나 반도체 제조업체가 웨이퍼 가공부터 패키징 작업까지 일괄처리한 후 유명 브랜드를 마킹해 속여 판매하는 이른바 불법복제 수준으로 지능화되고 있다. 여기에 전문 브로커를 끼고 세트업체에 대량 납품하는 조직적이면서도 고도화된 수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대상은 과거 전자상가를 찾는 일반 소비자에서 현재 제품을 대량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하는 세트업체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불법복제 왜 하나=특수 반도체의 품귀현상 탓이다. 세트업체들이 공식 유통채널을 통해 구하지 못한 나머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기타 유통망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고 이들은 불법복제업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번에 표면으로 드러난 내셔널세미컨덕터와 아나로그디바이스 사례 모두 세트업체가 정상적인 유통채널이 아닌 해외 비공식 유통업체를 활용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특히 최근과 같은 품귀상황을 이용할 경우 반도체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제3의 유통상 또는 세트업체를 공략할 수 있어 짧은 시간에 치고 빠지는 작전을 구사하는 데 유리하다. 여기에 반도체 제품의 가격이 상승일로인 데다 불법복제 제품을 싼값에 내놓을 경우 구매 희망자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불법복제 어떻게 하나=내셔널세미컨덕터의 조사에 따르면 제3의 제조업체가 패키징은 물론 웨이퍼까지 복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브랜드의 반도체를 겨냥해 웨이퍼 단계부터 복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5월 대만의 패키징 업체가 대만 등지의 D램업체가 생산한 웨이퍼 상태의 D램 반도체를 도입해 후공정 처리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의 브랜드 128Mb D램으로 마킹, 중국에 대량 유통해 적발된 적은 있지만 웨이퍼를 전격 제조한 것은 최초의 사례로 간주된다.
아나로그디바이스 역시 반도체제조 능력을 갖춘 타 업체가 웨이퍼 및 패키지를 제조, 자사브랜드를 표기해 속여 팔거나 자사 제휴 파운드리에서 불량으로 판정난 칩이 제3의 후공정업체로 흘러나가 패키징된 것으로 보고 유통경로를 추적중이다.
전문가들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화권 국가 특히 중국지역내 반도체 제조 및 패키징 업체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중국내 반도체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과거 일반 소비재로 한정되던 불법복제 기술이 첨단 반도체로 확산될만한 능력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문제점=불법복제 반도체가 아무리 정교하게 제작됐다하더라도 기능 및 성능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사용한 세트제품의 결함을 유발하거나 불량제품 판매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의 추락을 초래할 수 있다. 내셔널세미컨덕터가 ‘인증된 경로를 통해 구입하고 귀사의 브랜드를 보호하라’는 카피로 세트업체 대상의 주의성 홍보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이다.
특히 과거 불법복제로 인한 일부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와는 달리 전세계 수만∼수십만명을 대상으로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세트업체가 표적이 된 것은 그만큼 최종 소비자의 피해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책임도 과거에 불법제품을 직접 구매한 소비자로 한정됐던 것이 현재는 세트업체로 귀결, 기업 브랜드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결국 세트업체, 더 나아가 국가 산업전체가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됐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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