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경제·문화계에 ‘코리아 지오센트릭(geocentric·천동설)’의 서막이 열렸다.
광개토대왕의 후예들이 한 발 앞선 정보기술(IT)을 무기로 삼아 두 번째 세계 정복에 나선 것. 우리나라는 동북아시아의 유무선 통신산업 선진국으로서 환태평양, 나아가 세계 디지털 경제·문화의 중심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18세기 영국에서 발원한 산업혁명 이후로 가장 빠른 확산속도를 보이며 세계 경제의 새로운 기반으로 자리잡은 인터넷(광대역 유신통신)과 그 유관산업(이동통신·콘텐츠·게임)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 진취적인 우리나라의 네티즌, 기업, 정부가 IT 부국강병으로 가는 길목으로 모여든 것이다.
세계 인구 5000만명이 라디오와 TV를 갖는데 각각 38년, 13년이 소요됐지만 인터넷 이용자가 5000만명을 넘어서기까지는 불과 4년이었다. 또 인터넷의 왕성한 발전속도는 찻잔(네트워크) 속 태풍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 걸쳐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 인터넷 쇼핑을 통해 소비생활의 패턴이 완전하게 바뀌었으며 증권회사 객장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 출판, 구인구직, 생활 및 예술정보 등 거의 모든 생활이 가상의 공간 안(인터넷)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세계로 연계되고 있다.
기업들도 인터넷을 통해 세계 도처에서 자재를 구매하고 생산해 판매하는 체계(B2B)를 갖췄다. 기업 내부의 정보관리시스템들도 인터넷을 매개로 삼아 글로벌화되는 추세다. 컴퓨터 연산능력과 정보통신 산업의 발달에 기반한 인터넷이 개인·기업·정부간의 교류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기업(B2B), 기업과 개인(B2C)의 전자상거래 선진국이며 전자정부체계를 구현하려는 전세계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특히 이동중에도 2Mbps 이상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하는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의 대중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에 따라 IBM, 인텔, AMD, 3M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첨단 IT 기술과 제품을 들고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새로운 제품의 기술적 문제와 시장성을 동시에 검증할 토양이 한국에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의지도 높아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과학기술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최대의 경제·문화 중심지인 서울시의 경우에도 정통부·산자부·문광부·행자부 등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장 넓은 디지털산업단지가 될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조성에 박차를 가해 3M, IBM, HP, 인텔, SAP 등의 외국계 기업의 입주를 유인하고 있다.
이처럼 민·관이 힘을 합쳐 조성한 글로벌 IT 테스트베드 환경은 비단 IT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래형 자동차, 부품소재, 문화콘텐츠 등에도 성장동력을 불어넣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 진출 물꼬를 트고 있는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 음악, 패션, 영화, 비디오 등의 영역에서 ‘한류(韓流)의 세계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바야흐로 세계 경제·문화의 중심에서 코리아 지오센트릭 시대를 향한 프로세스 혁신을 도모할 때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 차세대 성장엔진·디지털 콘텐츠가 미래를 바꾼다
세계가 인터넷과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기반사회(knowledge-based society)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국가 및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기술 및 지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의 투자 방향도 생산 시스템의 혁신, 연구개발(R&D) 투자, 인력양성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에 촛점이 맞춰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가 지난 해 8월 확정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성공적인 추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분야는 △디지털 TV방송 △디스플레이 △지능형 서비스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반도체 △차세대이동통신 △지능형 홈네트워크 △ 디지털콘텐츠·SW솔루션 △차세대 전지 △바이오 신약·장기 등 총 10가지.
이들 신성장 동력은 세계시장의 규모, 전략적 중요성, 시장과 기술의 발전추세, 경쟁력 확보 가능성,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기준으로 고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를 고려해 선정됐다. 물론 지능화, 융복합화 및 광대역화하는 기술적 추세를 반영한 기술중심의 고부가산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지능형 로봇의 경우 인공지능 등 IT기술을 바탕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가사와 교육 및 엔터테인먼트 등을 지원하는 로봇을 개발한다는 것으로 신시장 선점을 위한 의미가 크다.
디지털TV는 통신서비스와의 융합을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쌍방향 멀티미디어 통신을 가능하게 할 기술로서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경쟁우위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의 경우도 가정 내의 정보가전기기를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해 기기와 시간 및 장소에 구애됨 없이 서비스가 제공되는 ‘디지털홈’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이동통신, 포스트PC, 텔레메틱스, 디지털TV 등 주 시장은 물론 파생시장에서의 이익이 큰 산업. 전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모바일콘텐츠, e러닝(e-Learning) 등이 성장을 견인, 2007년경에는 총 1267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유비쿼터스 환경의 도래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수요증대에 힘입어 시장 규모가 2002년 21억3000만달러 시장에서 2007년 12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어서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국내 디지털콘텐츠 산업은 3D 애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 사운드 등 주요분야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질 뿐 아니라 업체의 규모와 콘텐츠 기획력면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이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앞으로는 정보단말기의 지능화와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의 도래에 따라 이동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므로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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