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3.’ 계미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말도많고 탈도많았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과학기술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과학’과 ‘사회’의 벽을 허물자는 ‘과학기술중심사회’라는 새 화두속에 크고 작은 뉴스거리가 꼬리를 물었다. 본지는 지난 한해를 거울삼아 다가오는 갑신년 희망 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2003년 과학기술 분야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신설=2월 25일 출범한 참여정부는 과기계의 염원을 담아 청와대 비서실내에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전격 신설했다. 김태유 초대 보좌관을 축으로한 정보과학보좌관실은 이후 굵직한 과기정책을 추진하며 과기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양축으로 하는 과기정책 추진시스템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과기부·국과위 등과 정책 헤게모니 다툼으로 비화되며 적지않은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5∼10년 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3월 과기, 산자, 정통 3부처의 업무보고를 통해 소개됐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조직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부처간 ‘밥그릇싸움’ 양상으로 전개돼 청와대까지 나서 조정한 끝에 8월 22일 차세대 반도체, 지능형로봇 등 10대 미래 성장동력을 도출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부처별 영역다툼을 계속하다 5(산자):4(정통):1(과기) 비율로 간사부처를 맡는 형태로 정리되고 있다.
◇팩티브, 국내 첫 FDA승인=LG생명과학의 새로운 퀴놀론계 항균제인 ‘팩티브(FACTIVE)’가 4월 6일 미국 FDA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음으로써 100여년 우리나라 생명과학산업 역사를 새로 썼다. ‘팩티브’ 개발엔 지난 91년부터 12년간 총 500억원이 투입됐다. 생명과학계에선 이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렸지만, 팩티브의 성공사례는 우리 생명과학 수준을 세계에 과시하며, 신약/장기 부문이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공계 공직 확대 추진=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의 일환으로 공직사회내에 과학기술 마인드 확산을 모토로 지난 5월부터 과학기술자문회의 주도아래 이공계 출신자들의 공직진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 전격 추진됐다. 이후 우여곡절끝에 △기술·행정고시 통합 △3급 이상 기술·행정직급 구분폐지 △5급이상 기술직 쿼터제 등 파격적 내용을 담은 ‘이공계 공직확대 방안’이 마련돼 8월 20일 국과위를 통해 확정, 관료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우주센터 설립 첫 발=향후 우주로 가는 전초기지이자 우주기술 자립화를 모토로 전남 고흥 우주센터가 8월 8일 기공식을 가졌다. 2005년까지 1500억원이 투입될 이 센터가 완공되면 한국은 세계 13번째 위성 발사장 보유국이 된다. 특히 국내 첫 천문·우주과학실험용 위성 ‘과학기술위성 1호’가 9월 27일 발사직후 악전고투끝에 교신에 성공한데다 중국이 10월에 세계 3번째로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 우주센터에 거는 기대가 더욱 컸다.
◇국과위-자문회의 주도권 다툼=이공계 공직확대 방안,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 등 범부처 성격의 과기 정책을 자문회의가 다루기 시작하면서 국과위와 자문회의간의 헤게모니 싸움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각부 장관을 위원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자문회의법 개정안이 10월 7일 과기부 국감에서 과정위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이후 완화된 수정안을 만들었음에도 12월 17일 끝내 개정에 실패해 자문회의와 국과위의 희비가 엇갈렸다.
◇과기중심사회 비전 제시=참여정부 12대 국정과제중 하나로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11월 3일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발전의 긴밀한 연계를 통한 21C 선진 과학기술 국가 구현’이라는 비전이 제시됐다. 과기부가 별도 기획위원회를 만들어 6개월만에 내놓은 추진 방안 속에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삶의 질 수준 OECD국중 10위 △과학기술경쟁력 세계 8위 등 구체적인 추진 목표를 담아냈다.
◇대덕연구단지 조성 30주년=‘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대덕연구단지 조성 설흔돌을 맞아 12월 5일 노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가졌다. 대덕단지는 CDMA신화 등 오늘의 ‘과학한국’의 실질적 주역. 한해 연구비 1조여원, 고급 연구인력 1만8000여명, 수행 과제 5000여건 등에 이를 정도로 한국과학의 메카다. 그러나, 대덕단지의 핵심인 출연연이 또다시 구조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아쉬움을 더했다.
◇세종과학기지 조난사고=지난 12월 6일, 남극의 대한민국(해양연구소) 과학기지인 ‘세종기지’에 파견된 월동대원 24명을 귀환시키려던 대원중 8명이 조난을 당해 안타깝게 이중 고 전재규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적은 연구비와 뒤늦은 남극진출로 인해 불리한 곳에 기지를 구축한 데 따른 것으로 열악한 국내 연구 환경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로인해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광우병 예방소 개발=게놈지도 완성으로 생명의 신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12월 10일 유전자 조작 및 동물 복제 기술을 이용, 세계 최초로 광우병에 안걸리는 복제소를 개발, 다시한번 화제를 모았다. 이는 AIDS에 버금가는 공포의 병, 광우병을 정복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국민들에게 대단한 자부심을 안겨줬다. 국산 신약 ‘팩티브’의 FDA승인과 함께 올 생명공학계의 또하나의 쾌거였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대전=박희범 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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