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시간끌기 더이상 안된다

올 한 해를 보내면서 그래도 다행스러운 게 하나 있다. 갈피를 못잡던 차세대 성장동력 찾기가 부처별 역할분담이 마무리되면서 조만간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5∼10년후 우리가 먹고 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표명이 있고 난 지 10개월여 만의 일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찾기가 올해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최대 화두가 됐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선정하느냐에서부터 어느 부처가 무슨 분야를 맡느냐까지 모든 게 뉴스의 초점이고 세간의 관심사가 됐다. 혼선이 거듭되다보니 수시로 청와대가 중재에 나섰고 대통령 주재아래 결정된 사항이 다시 대통령에 의해 뒤집혀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곡절이 생기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차세대 성장동력 찾기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 때문이었다. 성장동력 분야를 정부가 선정하려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정부는 성장동력의 선정에서부터 예산의 집행, 기술의 개발,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 것이다. 그 의도가 직접적으로 표출된 것이 산자부·정통부·과기부 등 유관 3부처가 놓고 벌인 역할분담 논쟁이었다.

 10개 분야로 압축된 성장동력에 대해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는 부처간 경쟁은 정말 눈물나는 것이었다. 저마다 경쟁적으로 인력풀을 설정해 기획단과 추진단을 구성하고, 포럼 또는 간담회를 열어 선점효과를 노리고 나섰다. 7 대 2 대 1로 결정났던 부처별 역할분담비율이 특정부처의 반발로 다시 5 대 4 대 1로 번복되기도 했다. 성장동력의 배분에 따라 부처의 위상이 달라진다거나 조직의 통폐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질 나쁜 소문들도 횡행했다.

 그러나 역할분담 문제가 마무리됐다고는 하지만 그 뒷맛은 영 개운치가 않다. 새로운 시대의 성장동력 찾기는 그 주체가 정부가 아닌, 시장논리에 충실한 기업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정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70∼80년대가 아니다. 이런 전제는 차세대 성장동력 찾기를 제안한 대통령의 의지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성장동력 찾기는 시장에서의 경쟁력 획득은커녕, 앞으로 잇따를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과정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품목들을 보면 말 그대로 기술개발이나 상용화 단계가 그만그만한 수준의 것들이다. 세계적으로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성장동력 찾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얘기다. 자본의 투입규모 못지 않게 타이밍과 구현의 문제가 중시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막상 추진 주체들을 뒤로 줄세워둔 채 어느 부처가 무엇을 맡느냐를 두고 10달 가까운 시간들을 보내버렸다. 물론 그 시간을 모두 허비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아서는 10달이면 하나의 패러다임이 생성돼 소멸되기까지 모든 사이클을 마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다.

 그래서 새해를 앞두고 정부당국에게 꼭 당부할 게 하나 있다. 우리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구현하기로 한 이상 이제 새해부터는 그동안의 곡절을 털어버리고 본격적인 구현에 나서야 할 때다. 지체하다가는 모든 것을 다 놓칠 수밖에 없다. 차세대 성장동력. 이제는 누가 주도하느냐를 갖고 부질없고 소모적인 시간 끌기를 하지 말기 바란다.

◆서현진 디지털경제 부장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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