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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LG그룹에서의 계열분리 작업을 모두 마친 LG전선이 최근 LG산전, 희성전선 등 관련사 인수에 이어 이번에는 대규모 인사·조직 개편을 전격 단행, 제2의 창업원년인 갑신년 새해맞이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LG전선은 연매출 6조원 규모의 전기·전력·에너지 전문 그룹으로의 진용 구축은 물론 이번에 그룹내 핵심조직의 정비까지 마무리함에 따라, 향후 타 관계사와의 가시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구자홍·구자열 투톱체제 구축=LG전선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구자홍 전 LG전자 회장을 LG전선 회장으로 추대키로 결의했다. 또 구자열 현 LG전선 사장을 내년 1월 1일자로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LG전선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구 전 회장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될 경우, LG전선 회장 겸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될 예정이다.
LG그룹 창업고문인 구태회 현 LG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전 회장이 LG전선 회장으로 사실상 내정됨에 따라 구 전 회장은 내년초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 LG산전, 희성전선 등 6개 계열사로 구성될 자산 5조1000억원, 매출 6조3000억원 규모의 ‘LG전선 그룹’의 회장직을 맡게 될 전망이다.
그룹 창업고문인 구평회 LG칼텍스가스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LG전선 사장은 2001년 LG전선 부임 이후 성공적 해외사업 진출과 신사업 추진 등 사업구조 혁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임 구 부회장은 지난 2001년 LG전선에 재경 부문 부사장으로 입사, 지난 1월부터 이 회사 공동 사장(COO)으로 재직해왔다.
◇조직은 작게, 책임은 크게=LG전선은 또 이번에 전무 승진 1명을 비롯, 이사 8명과 이사급 연구위원 3명을 신규 선임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다. 신규 선임임원의 평균 나이는 44세. 대다수(90%)가 사업부문 출신이다.
LG전선은 승진 인사와 조직 개편도 단행, 기존 ‘4개 사업본부, 2개 사업부’ 체제를 ‘2개 사업본부(전선·기계), 3개 사업부(통신·전력·부품)로 슬림화했다. 대신 사업본부와 사업부의 관계를 수평 계열화시켜 독립적 사업운영이 이뤄지도록 했다.
LG전선 관계자는 “기존 조직체제에서는 각 부문 담당 임원의 역할이 중첩되는 등 명확한 책임구분이 모호했다”며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으로 보다 명확한 역할 구분이 가능해져 ‘자율성과형 책임경영시스템’이 정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새로운 성장엔진으로서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 지원을 위한 ‘국제금융 부문’이 강화되며, 연구개발(R&D) 활성화를 위해 ‘부품연구소’가 별도 운영된다. 특히 LG전선은 이번 인사에서 이사급 연구위원을 이례적으로 3명이나 파격 선임하는 등 R%D 강화에 무게를 실고 있다.
◇향후 전망=이번 인사·조직의 최대 핵심은 지난 10월 LG전자 회장직 사임때부터 LG전선 회장 취임설이 나돌았던 구자홍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다.
하지만 LG전선측은 구 전 회장의 ‘직접 관여’에 선을 긋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구자홍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구자열 부회장은 CEO를 각각 맡는 구도를 갖추게 됐다”며 “이는 소유와 관리를 철저히 분리,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창업고문 일가 자손의 맏형격이자 사실상 LG전선 그룹내 계열사에 대한 우월적 지배권을 갖고 있는 구 전 회장의 역할 확대에 더 무게를 실고 있다.
LG전선 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늦어도 연말까지는 LG산전, 희성전선, LG니꼬동제련 등 관련 전계열사에 대한 임원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라며 “그 결과를 보면 구 전 회장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 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