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악용 우려 `주민번호 조회기능`

 전자정부 홈페이지의 주민등록번호 조회기능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사이버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에 밝은 사람이라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편법적인 주민등록번호 확인서비스사업을 벌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에다 인터넷 가입자의 일부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결합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범죄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관은 물론 금융 기관에서마저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잇따라 터져 우리가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 등 전자상거래가 생활화되면서 개인정보의 유출은 바로 재산상의 손실로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민의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위해 구축한 전자정부 홈페이지마저 개인정보 유출 기본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전자정부 홈페이지의 주민등록번호 조회기능은 정부의 주민등록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어 100% 개인 확인이 가능해 악용될 경우 폐해가 클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전자정부 홈페이지에 있는 주민등록번호 조회기능의 악용 가능성을 알고도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정부 홈페이지의 특정 기능이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이 그대로 노출되도록 개발된 것 자체도 문제려니와 그것을 파악하고도 시급히 보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어 심히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이 기능으로 인해 발생한 범죄나 개인 피해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어 다행이지만 만약 이 기능이 범죄에라도 악용됐다면 어떠했을지 관계자들의 안이한 인식이 한심할 뿐이다.

 물론 전자정부 홈페이지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또 이용자를 확인하기 위한 특정 기능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보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신상 정보를 관리하는 정부가 보안불감증에 걸려 있고 개인정보를 수집한 업체들이 철저한 정보보호 시스템을 갖추기보다는 그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 정보를 유출한 사람과 그 정보를 악용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한 것도 문제다. 현행 법률은 공무원이나 전기통신사업자가 직무상 취득한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에만 처벌할 뿐 민간영역에서는 처벌조항이 없다. 고작 수천만 원의 벌금이나 3년 이하 징역이어서 이것으로는 개인 정보를 빼내 막대한 이득을 챙기려는 범죄자들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악용은 신용사회의 가장 큰 적으로 간주해 보다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전반적인 안전망을 재점검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타인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업체나 관공서 등에서는 정보기술 발달에 걸맞은 보안장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 소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정보보호 관련 법규와 감독 기능을 정비해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 고객정보 관리를 소홀히했을 때의 법적 제재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정부나 민간이 개인식별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점을 우리도 신중히 검토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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