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는 제 영화인생 최고의 승부수가 될 것입니다.”
‘미스터 맘마’,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 ‘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 등 한국 영화계의 ‘흥행지존’ 강우석 감독(44)이 ‘실미도’를 들고 돌아왔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실미도’는 ‘실미도 684 북파부대’의 비극적 실화를 담은 작품으로 총 6개월간 82억원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설경구·안성기 등 영화계 ‘최정예 부대’가 투입된데다, 실미도 사건 자체가 많은 영화인이 시도한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한계에 부딪혀 무산됐던 만큼 일찍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투입되는 물량이나 다루는 소재에서도 이제는 못 만들게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정면승부할 요량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너무 힘들게 영화를 만들었지만, 제 영화 사상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영화 개봉에 앞서 일부에 공개된 ‘실미도’는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단선적인 이야기 전개나 실미도 대원들의 신파조적인 감상주의가 눈에 거슬리지만 연기는 하나같이 대중을 흡인하는 데 성공했고, 간간이 삽입된 유머도 영화에 플러스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영화를 위해 출연진 모두는 몸을 아끼지 않는 일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체력이 약하기로 소문난 설경구는 팬티만 입고 눈 위를 뛰는 장면을 찍느라 발이 찢어졌는가 하면, 안성기가 보여준 의외(?)의 강인한 체력에 자극을 받은 출연진들은 열심히 뛰고 뒹군 덕분에 촬영이 끝날 때에는 모두가 배에 임금 ‘왕(王)’자가 새겨졌을 정도.
“실미도 사건은 부대원 전원이 사망한데다, 개인기록에 대한 자료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영화 대부분이 사실에 바탕을 두었지만, 리얼한 점만 강조하게 되면 관객들이 외면할 것 같아 극적 장치를 사용했습니다. 웃음을 이끌어내거나 슬픔의 강도를 더한 것이 예라고 할 수 있겠죠.”
부끄러운 우리 역사를 들춰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난에 대해 그는 “그런 논리라면 5.18이나 10.26도 굳이 꺼낼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우리 사회가 저런 야만을 거쳐 성숙해 왔음을 알린다는 점에서 오히려 발전적이라고 본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실미도’는 1968년 결성된 김일성 암살 특수비밀부대의 훈련과정, 그리고 부대 제거명령에 맞서 탈취한 버스에서 자폭하는 과정을 풀어내고 있다. 이 속에서 강 감독은 설혹 범죄자라 하더라도 국가라는 권력에 무참히 짓밟히는 피해자가 될 수 없고, 그런 역사가 되풀이되서는 안 된다고 조용히 부르짖고 있다.
“연출작이 늘어나면서 작품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영화가 오래 남는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게 됐다는 강 감독. 관객들은 과연 이런 강 감독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까. 24일이 기다려진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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