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지털지식경영대상’ 평가사업에는 총 123개 전통기업이 참여했다. 이들 제조·금융·유통·서비스 분야 전통 기업들의 정보화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전반적인 정보화수준은 54.11로 지난해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속된 경기침체 및 위축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IT부문 투자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30대 우수기업군의 정보화수준도 지난해 비해 다소 하락했다.
◇경영지원 IT인프라 강화=2003년도 기업정보화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경영과 IT의 상호적용성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수상기업의 경우는 IT가 핵심업무 프로세스를 리드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또 평가 참여기업의 절반 가까운 49%가 정보전략계획수립(ISP)을 이미 진행했으며, 곧 시행할 계획이라는 기업도 40%에 달했다. 이는 경기 불황 중에도 경영과 IT를 적절하게 적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심리를 반영한 결과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에서 IT의 역할이 두드러졌으며 정보화가 경영정상화의 핵심 성공요소로 평가받았다. 대통령상 수상기업인 LG필립스LCD도 IT제조업체로서 핵심업무프로세스의 전과정에 IT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이후 경영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이를 리드하고자 IT 지원인프라를 조성해 IT기반 경영환경을 구현했다.
◇정보화에도 ROI는 필수=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정보화 투자효과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높아졌다. 전체 기업의 85%가 IT투자시 투자효과를 고려했거나 하겠다고 응답했다. IT기업도 서비스 공급시 비용 효과(Cost Effective)를 핵심적인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정보화담당자(CIO)와 재무책임자(CFO)가 업무적으로 통합되고 있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밖에도 기업의 핵심역량 강화와 경비절감 차원에서 IT아웃소싱을 하고 있으며,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84%에 이르러 IT아웃소싱이 기업활동의 한 분야로 뚜렷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장기간의 불황으로 IT투자에 전반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으나, 엄밀히 볼때 기업은 ‘적절한 투자’와 ‘가시적인 투자 효과’를 요구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투명경영과 모바일 환경=IT도입 효과에서 기업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파악됐다. 이는 무한경쟁 시대의 기업활동이 도덕성 검증까지 포괄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분식회계 비리 등으로 불거진 기업투명성의 문제를 기업정보화가 일정부분 담보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투명성 확보를 IT구축의 중요한 효과로 보고 있는 기업이 58%에 달했다.
모바일 정보시스템에 대한 선호도도 올해 평가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중의 하나다. 기업의 IT인프라가 모바일을 지원할 경우, 비즈니스 효율성 향상에 크게 기여를 할 것이라는 대답이 전체 기업의 33%, 중요하다고 답변한 기업이 40%로, 약 73%의 기업이 모바일 비즈니스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향후 국내 기업의 IT인프라는 급속하게 유·무선 통합정보시스템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임춘성 기업정보화지원센터장은 “이같은 평가 결과는 기업이 정보화 투자방향을 설정하고 정보화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 가를 측정하는 데는 물론 업종별 수준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비교, 민간기업과 공기업 비교, 그리고 각종 세부정보화 지표의 정량적 결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 인터뷰 - 임춘성 기업정보화지원센터장
“기업정보화는 역동적이고 변수가 많아 반드시 현장 평가를 통해 그 결과를 평가 프레임워크에 직접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보화 수준으로 보건대 우리가 만든 평가체계가 전세계 어떤 기업에라도 적용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화 평가사업에 대한 임춘성 기업정보화지원센터장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실제로 그는 개인 연구비를 들여 기업정보화 평가시스템을 직접 만들었고 지난 7년간의 꾸준한 연구와 보완작업을 통해 평가 및 해석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같은 평가체계를 근거로 기업정보화지원센터는 그동안 총 207개 업체를 대상으로 정보화 수준평가를 실시해 왔다. ‘디지털지식경영대상’ 등 우수기업 시상 수준도 꾸준히 승격돼 지난해에는 대통령상으로 격상될 만큼 성장했다. 평가과정에서 획득된 기업정보화지표는 그 자체로 국가 정보화 정책 수립에 큰 참조자료가 된다. 또 평가결과는 전체적인 기업 정보화 추진 방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도 활용된다.
임 센터장은 올해 기업정보화 동향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적용성(Adoptability)’을 꼽았다. 기업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정보인프라의 상호 적용성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IT자체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리드하고 있는 사례를 보더라도 기업 정보화는 이제 초기 인프라나 단순 업무용 솔루션을 구축하는 단계를 넘어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정보기술(IT)을 통합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경향은 디지털 컨버전스, 유무선 통합 플랫폼의 일반화, 산업간 융합 등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결국, 정보화 수준이 기업 경쟁력과 신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성공요소로 자리매김될 것이라는 게 임 센터장의 예측이다.
따라서 임 센터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화 수준이 그 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핵심요소”라고 단언하며 “기업 정보화의 수준을 직접 비교·평가함으로써 기업은 물론 국가 정보화를 위한 업그레이드 지표를 제시하는 것이 정보화 평가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 제조업 체질개선 `e-전이`가 바로미터
국내 제조업체들의 재도약을 위해선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기업변화’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업변화를 이끌어 내는 열쇠로는 ‘e-전이(Transformation)’가 꼽힌다. 따라서 e-전이는 이제 우리 제조업 경쟁력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떠올랐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e-전이는 기업 내부의 효율화 뿐만 아니라 외부 고객과의 가치 공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e-전이가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지렛대’인 셈이다.
경영·IT전략 컨설팅기업인 에이티커니코리아 양희천 박사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 조건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기업이야말로 미래 제조기업의 모델”이라면서 “여기에는 공급업체 및 협력업체와의 긴밀히 연결된 공급망 관리가 필수적이며 이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e전이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조기업들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특별한 연구개발도 없고 수직 연결된 계열사도 없이 최고의 컴퓨터 제조회사인 델 컴퓨터나 결코 인건비가 싸지 않는 미국에서 제조만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플렉트로닛스와 같은 ‘CM(Contract Manufacturing)’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원가 경쟁력 있는 철강 제조업체인 포스코 등이 e전이 성공사례에 속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조업계도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간시스템 구축이 늘어나면서 산업 전반으로 e-전이를 확대하기 위한 기반은 조성됐다.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특성과 프로세스를 고려하고 이를 조직에 체질화하는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
따라서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 제조업체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대형 제조업체이면서도 운영과 관리는 중소업체보다 못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기업 경영 측면에서 e-전이는 또 효율성과 통합 효과를 가져온다.
IT·경영컨설팅업체 오픈타이드코리아 제조부문 김기호 상무는 “IT를 기반으로 e-전이를 하게되면 기업운영의 효율화와 투명성이 확보되고, CEO는 이를 통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특히 지금까지는 고객·협력회사는 물론, 마케팅·영업·개발부문이 별도로 움직였으나 e-전이가 이뤄지면 ‘가치 사슬’을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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