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 자동폐기 위기

국회 재경위 심사보류로

 금융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던 ‘전자금융거래법(안)’이 자동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최근 법안 및 청원심사 소위원회를 개최, 상정된 전자금융거래법안을 검토했으나 위원들은 “민감한 사안이 많으며 아직 해외에서도 선례가 없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제정시기가 이르다”며 심사를 보류했다. 이에따라 전자금융거래법안은 사실상 이번 회기 통과가 어려워졌다. 특히 이번 회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것이어서 심사보류는 사실상 자동폐기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파란이 일고 있다.

 ◇왜 보류됐나=전자금융거래법은 우선 이번에 소위원회에 안건으로 오른 75개 청원 및 심사 가운데 후순위로 밀려 충분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야 의원들이 주택금융공사 법안 등 민생법안이나 지역관련 청원에만 매달려 결과적으로 전자금융거래법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해외에서도 선례가 없는 법률이어서 굳이 서둘러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전자금융거래법을 제정해야 할만큼 상황이 시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일부 금융업에 대해 비금융기관의 진출을 허용하는 듯한 일부 조항이 은행권 등 금융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도 법률통과를 어렵게 했다. 법률안을 상정한 재정경제부가 적극적으로 법률의 법률통과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전자금융거래 당분간 ‘공백상태’=업계에서는 법률안이 자동폐기될 것이 확실하다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전자지불포럼의 조영휴 사무국장은 “국회의원들이 상황의 중대성을 잘 모르고 있는것 같다”며 “내년부터 당장 전자화폐가 광범위하게 사용될텐데 이를 법률적으로 규정할 근거가 미약하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공청회와 각계 전문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충분히 법률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근거를 마련했는데도 국회가 이를 지적한 것은 말도 안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자지불업체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전자지급수단이 개발되어 서비스가 제공되고 그 이용이 확산됨에 따라 이에 대한 법률적 수요가 증대하고 있다”며 “법적 규율이 없이 법의 공백상태가 계속 초래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금융관련 아웃소싱 IT업체에 대한 감독 근거를 담고 있는 이 법률이 폐기될 경우 최근 잇따르고 있는 아웃소싱업체들의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책임소재’ 등 법적 분쟁 가능성=국회는 전자금융거래법안이 자동폐기되더라도 기존 전자거래약관이나 민법 등 기존 법률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금융거래 특성상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기존 법률로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이 새로 생겨나고 있어 기존 약관이나 법률로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전자화폐, 무선결제와 같은 금융거래수단은 기존의 법률하에서 적절히 정의되어 있지 않아 전자금융거래법이 자동폐기될 경우 당분간 책임소재 등에 대한 법적분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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