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메이드인 차이나` 비상령

휴대폰 배터리 시장까지 무차별 공세

 국내 2차전지업계에 중국 비상령이 내렸다.

 중국 2차전지업계는 연초부터 값싼 가격을 무기로 국내 태블릿PC, 전자펜, PDA, MP3플레이어용 수요를 파고들어왔다. 상대적으로 고급시장인 휴대폰에 치중해온 국내 업계는 그동안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날벼락같은 소식이 날아 들었다.

 중국 휴대폰 바이어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국내 휴대폰업체에게 중국산 배터리(2차전지) 채용을 노골적으로 권유하거나 아예 배터리를 제외한 휴대폰 본체만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산 휴대폰용 2차전지는 국산보다 1달러 가량 저렴한 1셀당 2∼3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은 휴대폰 수출량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데다 엄청난 잠재수요처여서 이 시장마저 뺏길 경우 국내2차전지업계는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휴대폰 중국 수출은 11억3100만 달러로 미국(36억5000만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중이다.  

 이미 맥슨텔레콤·텔슨전자 등 휴대폰업체들은 최근 중국 바이어들의 권유에 따라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중국산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

 올들어 GSM폰 중국 수출물량이 급증한 맥슨텔레콤(대표 홍성범)은 연초만 해도 국산 배터리 채용률이 100%에 달했지만 올 3분기부터는 바이어의 요구로 배터리를 제외한 휴대폰 본제만 수출하고 있다. 텔슨전자(대표 한남수)도 내년 4월 중국 현지공장 준공에 맞춰 배터리, 케이스, 안테나 등 주요 부품을 중국 현지에서 조달키로 하고 현재 협력업체를 물색중이다.

 휴대폰과 함께 2차전지도 생산하고 있는 브이케이(대표 이철상)는 이미 지난해 초 중국에 2차전지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휴대폰과 배터리를 모두 현지 생산하고 있다.

 코캄엔지니어링 홍지준 사장은 “다행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메이저 휴대폰업체들이 아직 안정성을 이유로 중국산이 아닌 국산이나 일본산을 고집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들도 중국 바이어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입장”이라며 “중국산 2차전지의 품질이 향상된다면 바이어들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휴대폰업체 스스로가 중국산을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차별화된 제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2차전지를 장착한 휴대폰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2차전지업체들이 올들어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려왔다”며 “‘휴대폰 수출은 곧 2차전지 수출’이라는 공식이 중국시장에서 깨진다면 생산량을 늘린 2차전지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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