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생산·판매되는 전력용 전선의 분류체계가 국제 통용 규격으로 대폭 단순화된다. 또 전선의 굵기도 국제표준에 맞춰 다소 굵어진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선 규격 정비사업’을 확정하고 전선규격 정비를 내년 말까지 완료, 1년여의 유예기간을 둔 뒤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전선 공칭단면적(굵기) 정비 역시 내년 말까지 전품목에 걸쳐 시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9일 본지가 단독입수한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전선관련 KS규격 정비계획’에 따르면 기표원은 내년말까지 심사기준, 시험방법 등 모든 전선규격 정비를 끝내게 된다. 공칭단면적 정비는 규격에 따라 내년 6월 말, 내년 말까지로 나눠 기존규격과 병행 시행된 뒤 2005년부터는 모든 전선에 전면 적용된다.
△왜 바뀌나=지난 1962년부터 사용해온 국내 전선의 KS규격 명칭과 공칭단면적이 국제전기위원회(IEC) 국제규격과 상이해 관련 업계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큰 걸림돌이 돼왔다. 또 전선의 굵기도 국제규격보다 가늘어 화재 등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줄곧 지적돼 왔다.
윤교원 기술표준원장은 “재질별로 분류된 IEC의 전선규격은 15종인 데 반해, 용도별·전압별·재질별로 혼합 분류된 현행 KS규격은 47종이나 돼 혼선이 잦았다”며 “KS규격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로 국내 전선산업의 대외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바뀌나=일단 47종으로 세분류돼 있는 현행 KS규격이 15종으로 대폭 축소된다. 예컨대 고압가교폴리에틸렌케이블, 제어용케이블, 고압기기내배선용전선 등 8종으로 나눠져 있는 전선 품명은 향후 ‘비닐전력케이블’로만 분류된다.
기표원은 내년 말까지 개편작업을 완료한 뒤 기술기준, 학교교재, 업계 혼란 등을 고려, 종전규격과 병행운영 시기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KS규격의 공칭단면적인 0.9㎟, 1.4㎟, 2.0㎟… 등은 IEC규격에 맞춰 1㎟, 1.5㎟, 2.5㎟ 등으로 두꺼워진다.
기표원은 이미 지난 6월 600V 비닐절연전선 등 7종에 대해서는 규격개정 고시를 완료, 현재 시행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나머지 40종에 대해서도 안전인증대상 품목 여부에 따라 내년 말까지는 정비가 완료된다.
△업계 반응=전선제조업체와 전기공사업체들의 반응이 상반된다.
LG전선 관계자는 “국내용과 수출용으로 나눠져 있던 기존 생산라인에 대한 효율적인 설비투자와 관리가 용이하게 돼 수출단가 인하효과가 기대된다”며 “다만 전선 굵기 조정으로 동선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제조비 상승에 따른 판매가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기공사조합 관계자는 “지난 40여년간 적용돼 온 KS규격에 따라 시공된 국내 건축물의 전선관에는 개정된 공칭단면적 굵기의 전선을 인입할 수 없다”며 “이는 결국 전기공사비 및 건축비의 상승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합측은 현재 1년 가량인 유예기간의 대폭 연장과 정부차원의 공사비 보전 등을 요구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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