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재벌인 리카싱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3세대(3G) 이동통신사업이 초기 사업부진에 따른 추가지출로 허치슨 왐포아 그룹전체를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지난 90년대 2G 통신사업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던 허치슨그룹이 여세를 몰아 유럽·아시아·호주 등 3개 대륙 10개국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3G 이통망 건설에 나섰으나 유럽사업에서 복병을 만나 좌초하며 일대위기를 맞고 있다.
리카싱 회장은 지난 3월 영국,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3G사업이 지지부진하자 현지 이통 자회사에 연말 안에 각각 100만의 가입자를 확보하라는 ‘추계 대공세’를 지시했다. 하지만 허치슨이 NEC와 모토로라에 주문한 300만대의 최신 3G 휴대폰에서 치명적인 소프트웨어 결함이 나타나면서 단말기 공급스케줄이 몇 달씩 지연됐고 모든 영업계획이 엉망이 됐다.
영국 허치슨 3G의 경우 연말까지 가입고객은 목표치의 25%인 25만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다급해진 리카싱 회장은 모토로라와 NEC측에 3G 휴대폰 양산을 독촉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올해 마지막 대목인 성탄절 시즌까지도 허치슨이 충분한 수의 3G 단말기를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허치슨그룹은 지난 99년부터 유럽과 호주시장의 3G 사업권 획득을 위해 무려 157억 달러를 퍼부었고 향후 3년간 서비스추진 과정에서 6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휴대폰 납기지연에 따른 손실로 허치슨은 최소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해야 할 형편이다.
이 회사 재정 고문인 프랭크 식스트는 “오는 2006년까지 3G사업부문에 투자할 자금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20억 파운드(미화 약 24억 달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시인했다.
이처럼 3G사업이 밑빠진 독처럼 자금을 빨아들이자 아시아 제일의 자본력을 지닌 허치슨그룹에 대한 투자가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허치슨그룹은 지난달 연중 최대규모인 50억달러의 회사채까지 발행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순부채는 아직 71억달러나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3G사업이 극적으로 호전되지 않는 한 허치슨그룹의 아슬아슬한 재무구조는 200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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