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의 가격표시 오류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얼마전 한국IBM에서 인터넷에 200만원이 넘는 노트북의 가격을 10만원으로 올린 사건이 발생했다. 1시간 만에 100여명이 주문하자 회사측은 ‘가격 입력 착오’라며 계약 취소를 주장했고, 구입자들은 ‘IBM의 명성을 믿고 구입했으므로 제품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회사측에서 노트북 가격을 35% 할인해 주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소보원 상담 창구에도 한 해 50건 가량의 가격 표시 착오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접수된다. 사업자의 실수로 가격이 잘못 올려졌으므로 이미 주문한 상품에 대해 돈을 더 내라거나 계약 취소를 요구하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내용들이다. 모처럼 좋은(?)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기회를 잡았는데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소비자의 정서를 감안해 답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PDA 단말기를 10% 가격으로 잘못 게시한 사건에서 결국 소비자가 패소한 판례를 소개하며 설득해 보지만 이해는 하면서도 실망한 표정은 역력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의문을 가진다. 도대체 ‘가격 차이가 어느 정도 돼야 사업자가 취소를 못하는가?’ 참 난감한 질문이지만 정답이 없다는 게 답이다. 가격 차이의 정도, 물품의 가격 특성 등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해 사안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업자가 그 가격에는 팔지 않았을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느냐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해외에서는 소비자와의 계약을 존중한 사례들이 가끔 보도된다. 2년전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파리 왕복 티켓을 25달러 가격으로 143명에게 판매한 후 나중에 취소하려다 고객들의 항의를 받고 실제 티켓을 보낸 사례가 있다. 지난달에는 일본 마루베니 상사가 19만8000엔짜리 컴퓨터를 1만9800엔으로 잘못 올렸다가 ‘민법대로 하면 취소할 수 있지만 회사의 명예와 고객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라며 결국 1500명에게 제시된 가격에 공급키로 했다.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법적 판단에 맡길 것인가, 신뢰유지를 선택할 것인가다. 법적 판단을 따르면 당장의 손실을 모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를 저지르고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나쁜 이미지가 우려된다. 기업 이미지 관리를 위해 계약을 인정할 경우 당장 큰 손실을 봐야 한다. 그러나 고객과의 약속을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향후 더 큰 이익을 줄 수도 있다.
소비자도 기업의 실수에 편승해 이익만 챙기려 한다면 너무 각박하다. 기업의 태만이나 부주의를 준엄하게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소비자다.
◆이병주 한국소비자보호원 사이버소비자센터 소장(bjlee@cp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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