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V칩 장착 의무화 과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판매되는 TV수상기에 등급분류된 방송물의 시청을 차단하는 V칩(Violence chip)장착이 의무화될 모양이다. 국회 문화관광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유해프로그램을 차단하는 텔레비전시청 차단장치를 장착한 제품만을 판매·보급해야한다’는 조항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제 겨우 1단계를 거쳤지만 2년전 한나라당이 상정한 안인데다 문광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검토된만큼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내달초 열릴 본회의까지 통과될 것이 확실하다.

 방송프로그램 등급제가 수입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과 작년부터 국내 드라마까지 포함, 4개 장르에 대해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보완해줄 보다 구체적인 규제장치가 생긴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특히 세계의 흐름이 어느 때보다 건전한 청소년의 성장환경 조성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유해 방송 프로그램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무엇보다 우선보장되는 미국에서조차 지난 1998년부터 모든 TV수상기에 V칩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해오고있고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TV의 폭력성과 선정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V칩장착제, 내용표시제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TV에 프로그램 시청차단 장치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이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TV의 선정성 경쟁이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우리는 주목한다. 청소년에 미치는 TV의 폐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회적 위기감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방송사 차원의 자율규제기능이 한계에 도달했으므로 V칩과 같은 근원적 처방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사실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다매체·다채널시대를 맞아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이 고조되면서 선정·폭력 정도가 심해져 생겨난 것이 방송프로그램 등급제이지만 실효성은 늘 의문시돼왔다. 부모의 시청지도가 필요하다지만 TV드라마에서 청소년들을 떼놓을 도리는 거의 없다. 또 갈수록 TV수상기가 개별매체화 되고있어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TV를 시청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인터넷TV는 거의 무방비 상태다. 네트워크에 의한 음란·폭력물 확대양상은 현재 국경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TV수상기에 V칩 장착 의무화한다는 것이 주목되고 모니터에도 V칩을 장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제도나 장치만 만들었다고해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매체들과 채널들 속에 범람하는 유해 프로그램으로부터 청소년을 완전히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공급사의 실천의지다. 청소년을 유해 TV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는 사실상 ‘방송인의 양심’뿐이기 때문이다. 방송 표현의 자유와 자율성은 보장하는만큼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사전 자율심의를 강화할때 규제방안들도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TV에 V칩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의 가닥이 잡힌만큼 정부나 TV제조업체들은 이제부터 유해방송프로그램 차단칩을 국내실정에 맞게 표준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물론 개정법안이 통과되더라도 1년정도 유예기간이 있겠지만 준비가 늦어질 경우 그만큼 청소년의 유해프로그램 시청을 차단할 수 없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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