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3대 거짓말 중에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과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정말로 시집 안가는 처녀 ‘독신녀’가 있듯 장사꾼도 때로는 눈물을 머금고 밑지고 팔 때가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자금 흐름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에서, 또는 고객을 보다 많이 유인하는 미끼상품으로 밑지고 팔 수 있다. 또 할인점에서 두부를 100원에 한정판매 한다거나 약국에서 인기 드링크류를 상식 이하의 가격에 판매해 고객에게 저렴한 곳으로 인식이 들게끔 만드는 경우가 그것이다.
TV홈쇼핑은 짧은 시간에 대량의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그 어떤 유통사보다 가격이 저렴할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시장 조사를 해보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원가 이하의 가격이 종종 보인다. 쇼호스트 사이에는 이런 상품을 소위 ‘대박 상품’이라 말한다. 고객들도 이런 상품은 귀신처럼 알아본다. 쇼호스트의 상품 소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통부터 불이 나 정해진 방송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수량도 한정돼 있어 그 방송이 실제로 ‘마지막’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역마진’으로 표현되는 이런 상품들은 시장 전체에 해가 될 때가 많다.
홈쇼핑에서 너무 가격 덤핑을 해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오프라인 대리점주를 자주 보게 된다. 소비자들은 자극에 둔감해져 더 싼 상품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정말 마지막 방송이었는데 또다시 더 좋은 조건의 판매방송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구매를 미루는 고객도 적지 않다.
사람은 훈련되어지는 동물이다. 미끼상품이 없다고 할인점에 가지 않고, 드링크가 비싸다고(실제로는 정상가격이지만) 그 약국 전체 상품을 불신하기도 한다. 또 홈쇼핑을 값싼 덤핑 물건만을 취급하는 곳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밑지고 팔 때는 이유가 있었다지만 이 때문에 정상 가격일 때도 상품이 판매되지 않아 다시 밑지고 판매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진다.
고객은 한편으론 즐겁기도 할 것이다. 한 푼이 아쉬운 때에 원가보다 싼 가격이라면 혹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을 싸다는 이유만으로 자주 구매하다 보면 나중에는 정작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못 사는 경우도 발생한다.
홈쇼핑은 게임 같다고 말하는 고객이 있다. 필자 같은 달변(?)의 쇼호스트들이 매일 여러분을 유혹한다. 상품의 숨은 매력을 콕콕 집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갑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의 게임이라면 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열쇠는 가격이 아니라 내게 꼭 필요한 상품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능력일 것이다.
<김효석 CJ홈쇼핑 쇼호스트. 홈페이지 http://www.loveshowhost.com>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
3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6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7
트럼프 취임 50일…가상자산 시총 1100조원 '증발'
-
8
금감원 강조한 '자본 질' 따져 보니…보험사 7곳 '미흡'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