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명예퇴직과 창업 그 이후
2001년쯤 명퇴와 창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이들이 자신들의 이력서를 들고 헤드헌터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IMF 직격탄 이후 수많은 중소기업과 개인기업의 근로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기업들은 직원들을 퇴출시키면서도 기업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명예퇴직, 아웃플레이스먼트 등과 같이 그럴 듯한 제도를 도입했다. 결국 직장인들은 어쩔 수 없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가슴을 치면서도 회사를 자발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설사 남겨졌다 해도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는 없었다. ‘다음은 내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직장인들이 이러한 위기감에 빠져있을 때 다가온 벤처붐은 흔들리는 기업조직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뛰쳐나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디어만 있어도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직접 벤처기업 창업대열에 동참했던 것.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성공신화를 이루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벤처에서 한때 화려하게 경영자로 몸담았던 이들도 결국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다시금 그들이 정착할 수 있는 기업조직이 필요해진 것이다.
보통 5∼8년 정도의 직장경력, 그리고 벤처창업, 대표이사의 타이틀을 달았으나 벤처 거품이 꺼진 이후 1∼2년의 공백이 있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이력사항이다. 필자는 이러한 이력이 결코 기존 조직으로의 컴백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들은 시니어엔지니어, 영업마케팅 매니저 등으로 컴백하는 데 성공했다. 변화하는 조직은 그들의 능력과 기개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명문대학 산업공학 석사, S그룹 신사업팀 시니어엔지니어였던 유모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접고 다시금 중견그룹의 신기술 사업팀 매니저로 컴백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다시 창업을 꿈꾸고 있다.
우리의 조직은 변화해야 한다. 몸집을 축소하고, 겉보기에 그럴 듯한 조직개편을 통한 개혁을 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시로 한 신규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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